이 기사는 12월 08일 14: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내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시가총액이 조 단위 이상의 '빅딜'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LG CNS와 SK에코플랜트 등 연내 상장을 목표로 했던 기업들이 일정을 연기한데다 컬리, 11번가, 카카오모빌리티 등 플랫폼 기업들은 기업가치 하락으로 상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내년엔 ‘중소형 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 따르면 내년 공모 후 시가총액 기준으로 1조원을 넘는 예비 상장사는 10여곳 안팎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말 상장예비심사 통과를 기다리는 에이피알과 엔카닷컴을 시작으로 HD현대마린솔루션, 일진제강 등이 내년 코스피 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공모 후 시가총액 1조원대인 에이피알과 엔카닷컴의 상장 절차가 가장 빠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달 안으로 상장예비심사가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 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하는 과정을 고려하면 내년 1분기에는 코스피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어 HD현대마린솔루션(구 HD현대글로벌서비스)이 이달 안에 상장예비심사청구를 제출할 예정이다. HD현대의 계열사로 선박에 연료를 공급(벙커링)하거나 애프터서비스(AS)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2대주주인 KKR이 지분 38%를 매입하면서 기업가치를 2조원대로 평가한 만큼 그 이상으로 IPO해야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
이어 게임기업인 시프트업(1조원)과 롯데그룹의 물류 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1조원), 일진제강(1조원), 케이뱅크(3조원) 등이 내년에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내년 상반기 중 상장을 준비하는 일진제강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일정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 IPO 시장이 올해의 ‘대어필패’ 분위기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 상장 예정인 DS단석 공모금액(희망공모가 하단 기준 960억원)을 포함하면 올해 코스피 시장에의 총 공모금액은 약 1조600억원이다. 2019년 코스피 공모 규모(9152억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LG그룹의 IT계열사인 LG CNS와 SK그룹의 환경 에너지 계열사 SK에코플랜트는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 때문에 상장을 조율중이다. 플랫폼 기업인 컬리와 금융공기업 서울보증보험도 시장에서 외면받으면서 상장 일정을 뒤로 미뤘다.
증권사는 내년에도 중소형 코스닥 기업 상장에 집중할 예정이다. NH증권은 내년 코스닥 시장에 25개 기업을 상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모금액 100억원대 중소형 코스닥 기업을 상장해 인수수수료 등으로 한 건당 10억원 수익을 올린다면 손익분기점은 충분히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안정환 인터레이스자산운용 대표는 “대형주들은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단가를 맞추기 쉽지않아 여전히 상장이 어렵다”며 “내년에도 중·소형주로 시장 유동성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