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중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가속이 발생한 경우 전자식 주차브레이크(EPB)를 지속 작동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대처 방법이라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8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자동차안전연구원 주행시험장에서 국내 판매 중인 국산·수입차 15종 대상으로 의도하지 않은 가속 시 대처 방안 시연회를 열었다.
의도하지 않은 가속은 △기계적 결함으로 인한 가속페달 고착 △가속페달 바닥 매트 걸림 △외부 물체(물병, 신발, 물티슈 등) 끼임 등으로 가속페달이 눌린 채 돌아오지 않는 경우 등으로 설정했다.
100km/h 이상 속도로 주행 중 가속 페달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을 가정한 실험에서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를 작동하자 경고음이 울렸다. 작동 후 차량 속도가 줄어들었고 40~50m가량 주행 뒤 차가 완전히 멈춰섰다.
주행 중 시동을 끄고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를 작동한 실험에선 앞선 실험보다 2배 이상 먼 거리에서 차량이 완전히 멈췄다.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작동 전 시동을 끄는 시간이 더 소요돼 제동거리가 더욱 길어졌다. 주행 중 시동을 강제로 끄기 위해선 시동 버튼을 3~5회 이상 누르거나 5초 이상 누르는 등 제조사마다 작동 방법이 달랐다.
박기옥 연구위원은 "시동을 끄는 방법은 시간이 더 걸리고 여러 번 반복적으로 누르면 시동이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해 운전자가 알기 어렵다"며 "비상 상황에선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를 재빨리 작동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는 차량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계속 작동시켜야 한다. 한 번 작동하거나 중간에 작동을 중단할 경우 차량 속도가 줄지 않는다. 바퀴가 돌아가는 경우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는 자동으로 풀리기 때문이다. 만약 주행 중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를 작동해 비상 제동했다면 반드시 차량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브레이크 패드 손상 등으로 제동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작동 관련 내용을 제조사가 차량 판매할 때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별도 안내를 권고했다. 또한 전자식 브레이크 비상제동 상황에서 차량의 동력을 자동으로 차단하고 제동거리를 단축하도록 시스템 개선을 요청했다.
운전자에게는 차량 구매시 매뉴얼의 비상제동 방법을 숙지하고, 운전석에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주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비상 상황에 대한 안전 대응 및 안전조치 방안을 지속해서 연구해 교통사고 예방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화성=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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