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08일 16: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IG넥스원이 4족 국방용 로봇으로 유명한 미국 고스트로보틱스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총 인수 가격은 3149억원으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가 인수 대금의 약 40%를 지원할 예정이다.
8일 LIG넥스원은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로봇 개발 및 제조사인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가격은 3149억원이다. LIG넥스원은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C)인 LNGR을 설립하고 SPC에 1876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나머지 금액 중 1259억원은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가 SPC가 고스트로보틱스 지분을 기반으로 발행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고스트로보틱스는 2015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과학자 2명이 설립한 로봇 업체다. 12개의 액추에이터(구동장치)를 갖춘 4족 보행 로봇(비전 60)을 개발했다. 다리와 몸체를 각각 제작할 수 있는 모듈형 로봇이다. 길이 95cm, 높이 68.5cm, 무게 51kg의 알루미늄 합금 소재로 만들어진다. 전방 색상감지 카메라, 후방 색상 및 깊이 감지 카메라, 배터리 등이 장착돼 있다. 적재 중량 10kg으로 설계돼 있으며 군사용 수색, 경비, 운반, 화재 구호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미군과 영국군이 도입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미국 틴들 공군기지에서는 순찰용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은 자갈밭이나 계단 등 울퉁불퉁한 지형이나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지하공간 등 활동반경이 넓어 ’지상의 드론‘ 역할이 가능하다. 4족 보행 로봇은 경비용, 운송용 제품으로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LIG넥스원 경영진은 고스트로보틱스의 창업자 중 한 명이 별세하면서 경영권 지분이 시장에 나오자 직접 미국에 찾아가 1년여간 경영진과 임직원 설득에 나섰다. 자사의 방산 제조시설과 고스트로보틱스의 원천 기술을 결합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존 경영진이 계속 경영을 이끌도록 약속하고 임직원의 처우도 보장했다. 올해 고스트로보틱스는 약 40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로봇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면서 재무적으로도 안정됐다는 평가다.
LIG넥스원은 본업인 방위 산업에 고스트로보틱스의 기술력을 접목해 시너지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거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미국 진출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로봇산업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이 모두 집결된 분야다. 보스턴 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30년에 산업용 로봇시장은 400억~500억 달러 규모인데 비해 4족 보행 로봇 등 전문 서비스 로봇시장은 900억~17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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