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사건은 아직 수사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2022년의 경우 근로감독관이 중대재해법 사건 229건 중 검찰에 송치한 비율은 약 16%(37건)로, 2021년 산업안전보건법 사건의 송치율 64%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그만큼 중대재해법 사건의 수사가 어렵고 쟁점이 많다는 방증이다. 근로감독관이 검찰 지휘를 받아 내사종결로 마무리한 비율은 약 8%(18건)다. 검찰에 송치된 37건 중 기소된 11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26건은 검찰에서 수사 중이거나 무혐의 등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건들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우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일단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근로감독관 단계의 내사종결, 검찰 단계의 무혐의 처분, 법원 단계의 무죄 판결을 받는 방안을 찾게 된다.
근로감독관 단계의 내사종결 사례로는 대기업과 하청업체가 공동으로 교량 건설의 시공을 하던 중 수상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근로자가 물에 빠져 사망한 월드컵대교 사건을 들 수 있다. 원청인 대기업은 안전작업대와 안전고리 등 산업안전보건법이 요구하는 안전 조치를 모두 취했기 때문에 수상작업대의 전복으로 말미암은 사고와 관련한 중대재해법의 형사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 그밖에 건설공사의 공사 금액이 50억원 미만인 사건,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지 않는 사업장인 사건, 원청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사건 등도 내사종결로 마무리됐다.
검찰 단계의 무혐의 사례로는 전자제품 서비스회사의 수리기사가 에어컨 수리를 위해 실외기를 점검하던 중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있다. 회사가 위험성 평가를 통해 안전매뉴얼을 제정하는 등 ‘안전확보의무’를 이행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실제의 ‘안전조치’가 미흡해 사고가 났더라도 원청이 형사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에 일어난 사망사고 중 인천항만공사 사건은 중대재해법에 관한 중요 쟁점을 포함하고 있다. 공사가 관리하는 갑문의 보수공사를 담당하던 하청업체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다. 1심에서는 공사를 도급인으로 봐 당시 사장에 대해 실형 판결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공사가 발주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안전확보의무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도급인’과 ‘발주자’의 개념에 따라 유죄와 무죄가 달라졌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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