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큰손 '脫중국 러시'…22년 만에 최대 순유출

입력 2023-12-08 18:17   수정 2023-12-09 01:36

중국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미국 월스트리트의 ‘큰손’들이 조용히 비중 축소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에 대한 우려로 외국 자본의 이탈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정보업체 프레퀸 자료를 인용해 월가의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중국 투자를 목적으로 유치한 자금이 43억5000만달러(약 5조7000억원)라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0년 동안 이들 투자회사가 연평균 1000억달러(약 130조원)를 모은 데 비해 올해 액수는 그의 5%에도 못 미친다.

미국 브리지워터를 비롯한 대형 헤지펀드들도 최근 중국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브리지워터는 3분기에만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 등 30여 개 중국 기업 주식을 정리했다. 브리지워터는 월가의 대표 친중 인사인 레이 달리오가 세운 헤지펀드다. 칼라일 등 PEF 운용사들은 중국 투자 펀드의 신규 모집을 중단하거나 아시아 투자 펀드의 운용자금 목표치를 낮췄다.

월가의 ‘변심’으로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글로벌 자본 규모가 크게 줄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중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국제 자본의 투자액은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310억달러(약 39조7000억원) 순감했다. 이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최대 감소 규모다.

미국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원인으로는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시진핑 체제의 불확실성 등이 꼽힌다.

다만 월가는 중국 투자를 대폭 줄이면서도 이를 널리 알리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면 향후 중국 시장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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