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영국 독일 등 방산 선진국을 제치고 호주 정부로부터 장갑차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일 폴란드와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에 이어 연달아 ‘수주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방산 수입국이던 한국이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완전한 수출 국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K방산’은 방산 분야 꿈의 무대인 미국 시장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국방부와 미래형 궤도 보병전투장갑차량(IFV)인 레드백 129대를 3조1649억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8일 발표했다. 호주 정부가 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7월 레드백을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선정한 지 5개월 만에 최종 계약으로 이어졌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레드백 129대를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호주 빅토리아주에 건설 중인 현지 공장에서 장갑차를 제조할 계획이다.
호주 국방부의 장갑차 사업 규모가 기존 450대에서 129대로 줄었지만, 미국 주도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중 하나인 호주에서 첫 수주를 따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성능을 요구하는 호주 육군을 뚫어내면서 다른 국가에서도 도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방산기업으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화오션 등 국내 5대 방산업체의 수주 잔액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96조4000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한다. 2019년 60조9000억원에 비해 58.3% 증가했다.
내년부터 루마니아 말레이시아 캐나다 폴란드 필리핀 등에서 추가 방산 수주가 예상돼 수주 잔액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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