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아내를 때리고 유서를 쓰도록 강요한 70대 남편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남편은 폭행한 것도 모자라 도망가는 아내를 붙잡은 뒤 기저귀 천으로 얼굴과 목을 감기도 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 3단독 정지원 판사는 강요미수, 체포, 폭행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씨(76)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 1일 오전 11시 원주시 주거지에서 아내 B씨(73)에게 '유서 써, 내가 어젯밤 너를 어떻게 죽일지 생각했어'라고 협박하며 유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지만, B씨가 달아나는 바람에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같은 날 오후 5시 50분쯤 집 밖으로 도망간 B씨를 붙잡아 집으로 돌아온 뒤 거실 난간에 끈으로 B씨의 손을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기저귀 천으로 B씨의 얼굴과 목을 감기도 했다.
A씨는 전날인 4월 30일 오후 9시께 경기 성남시의 한 병원에서 말다툼 중 B씨를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입원실에서 발로 B씨의 목 부위를 때리고 복도로 나간 B씨를 따라 나가면서 손으로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려 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범행의 정도가 가볍지 않고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육체적·정신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공소 제기 후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 불원서를 제출한 만큼 폭행 혐의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공소를 기각한다. 유서를 쓰도록 강요한 혐의도 미수에 그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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