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수익 보장해 준대"…의심부터 해야하는 이유 [더 머니이스트-하준삼의 마켓톡]

입력 2023-12-19 06:51   수정 2023-12-19 11:25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사기범죄 뉴스는 꾸준히 보도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나쁜 유혹에 빠져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최근에는 지방에서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고수익을 주겠다는 미끼로 수십억원을 횡령하는 사고도 알려졌습니다. 돈이 많고 적고와 상관 없이 금융사기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금융 사기방식 사례를 알아보고, 이런 경우가 닥쳤을 때 합리적인 대응방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유사 수신행위'란 무엇일까요. 법적으로 일반인에게 자금을 모집, 예치받아 운용하고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입니다. 은행법에 의한 인가나 허가를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유사 수신행위라고 합니다. 장래에 원금과 일정 수준 이상의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자금을 모집하는데, 이는 명백한 불법이고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법적인 보호도 받을 수 없습니다.

폰지 사기(돌려막기)라는 개념도 있습니다. 1920년대 초반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큰 수익을 미끼로 자금을 모집한 뒤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들과 본인의 수익금으로 사용한 사고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이 방식은 이윤 창출 없이 기존 투자자의 돈으로 새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피라미드 구조로 맨 아래에 있는 투자자의 자금으로 윗 계층에 있는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신규투자자가 모집되지 않으면 전체 구조가 붕괴되는 방식입니다.

현재 은행에 자금을 맡기면 연 4% 안팎의 고정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므로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이자는 더 줄어듭니다. 치솟는 물가상승률에 못미치는 수익률에는 불만이고, 10%에서 두 배 이상의 확정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는 어떤 이야기인지 들어보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정권 실세를 알고 있는데, 국가의 큰 일에 필요한 자금을 비밀리에 모집하고 있어. 30% 수익이 확정되는 구조의 사업인데, 당신에게만 알려주는 거야", "유명 대기업 회장과 잘 알고 있는데, 딱 10명만 투자 가능하고 원금에 15% 수익을 보장한대. 딱 한 자리 남았어", "매달 5% 배당금이 발생하는 사업이 있는데, 마침 투자자 한 사람이 이민 가는 바람에 자리가 비었어" 등의 얘기가 들리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처음에는 피해자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단위(100만원, 1000만원 등)를 투자하게 하고, 매번 투자수익을 통장계좌에 확실하게 입금시킵니다. 몇번 수익을 확인시켜 주고 그 다음 몇 배 이상의 큰 금액 단위 투자를 유도하면서 큰 금액이 모이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솔깃한 고수익 투자 기회를 소개받았을 때, 이렇게 생각하고 접근해 보면 어떨까요? '내가 펀드매니저라면, 그 정도의 수익을 어떻게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펀드매니저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투자받아서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그에 대한 보수를 받는 전문가입니다.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운용 수익에 대한 평가를 받습니다. 그만큼 스타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직업군입니다.

첫 번째, 확정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서 주식에 투자할 경우, 사전에 고지한 확정 수익률로 투자가 가능한까? 그러려면 투자 대상의 주식에 대한 정확한 가치를 알아야 하고, 가치 대비 정확하게 하락한 가격에 그 주식을 매입해야 합니다. A주식의 가치가 1만원인데, 30%의 수익을 내려면 7000원의 가격에 A주식을 정확하게 매수해야 하는거죠. 다음 A주식이 1만원이 될때 정확하게 매도하는 겁니다. 가능하기는 해도, 단 기간에 쉽지는 않겠죠.

채권투자는 주식 대비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고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위험한 회사의 채권에 투자해야 합니다. 안전한 국채는 이자가 낮고, 오늘 내일 망할 수도 있는 회사의 채권 수익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신용도가 낮은 회사의 채권을 싸게 사서 만기에 원금과 비싼 이자를 받으면 좋겠는데, 회사가 만기까지 존속하지 않을 위험도 감수해야 합니다. 채권투자 역시 짧은 기간에 높은 확정 수익률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부동산은 목돈을 투자해야 합니다. 주식, 채권과 마찬가지로 싸게 사서 높은 가격에 매도하려고 하면, 많은 시간과 정보가 필요하고 발품을 열심히 팔아 좋은 매물을 아주 싸게 사야 합니다. 그리고 투자자가 생각하는 적정가치가 될 때까지 상당기간 기다려야 합니다. 거기에다 그 부동산을 매수할 '임자'를 만나지 않으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습니다. 중간에 자금이 필요한 경우 바로 매각이 되지않아 유동성의 어려움이 발생할수도 있죠.

어찌됐든 위의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대표적인 투자자산은 특정기간에 확정수익을 발생시켜 매도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여러분이 펀드매니저라고 생각하고 운용해본다면 같은 결과를 생각할 겁니다.

둘째, 정기예금 이자의 몇배나 되는 고수익이 가능할까요? 투자원금의 10%에서 두 배 이상의 고수익을 내세우는 '나쁜'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정상적인 경제시장에서 법이 허용한 투자수단으로 고수익이 가능할까요? 답은 '때때로 가능하다' 입니다.

개별 주식이 며칠 상한가를 가서 하락하기 전에 매도를 하면 어떨까요. 가치있는 부동산인데 경매에서 몇 번 유찰 된 물건을 운 좋게 낙찰받은 경우라면 어떨까요. 이러한 경우라면 고수익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고수익이 가능할까요? 확정 수익이 매번 가능할까요? 답은 '불가능에 가깝다' 입니다.

특히나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법적으로 투자가능한 투자상품 외에 처음 들어보는 다른 수단으로 고수익이 가능하다고 하면 더 의심을 해보는 것이 맞겠죠. 금융기관 직원이 아닌데, 확정수익을 보장한다고 하면 의심부터 해야 합니다. 은행의 정기예금이 아니면 확정수익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없습니다. 투자상품은 운용한 결과대로 수익이 매번 변하는 상품입니다. 따라서 어제의 수익과 오늘의 수익이 다르게 평가되는 것이 투자상품의 특성입니다.

고수익을 이야기하면 '내가 펀드매니저라면 저 수익을 어떻게 낼 수 있을까'하고 생각해봅니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뚜렷한 방법이 없다면 더 물어볼 필요도 없고, 투자를 요청한 사람을 무시하면 됩니다.

'내가 펀드매니저로 자산을 운용한다면'이라는 생각으로 투자상품의 수익률을 예상하고 대응하면 금융사기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이로써 나의 투자자산 운용에서 적정 목표수익률도 세우고 바람직한 자산운용을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하준삼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 교수, 경영학 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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