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사상 최초의 국제적 화석 연료 퇴출 합의를 두고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은 합의문에 반대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9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연합(EU),기후변화 취약국 등 80여개국은 화석 연료 퇴출 문제를 포함한 합의문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산유국들은 “COP28은 탄소 배출 등 기후 오염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화석 연료 퇴출 내용을 합의문에 포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COP28의 최종 합의문은 만장일치로 채택된다는 점에서 산유국들의 완강한 반대를 넘어서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이탐 알가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총회 대표단에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접근 방식은 경제 성장을 가능케 하고 빈곤을 퇴치하며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화석 연료보다는 탄소 포집을 통한 탄소 배출을 절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UN 기후 전문가들은 탄소 포집은 화석 연료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을 상쇄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OPEC 사무국은 지난 6일 주요 산유국들에 서한을 보내 총회에서 화석 연료 퇴출을 거부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하이탐 사무총장은 서한에서 “탄소 배출이 아닌 화석 연료 퇴출을 목표로 하는 어떤 내용도 적극적으로 거부해야 한다”면서 “정치적 동기를 지닌 캠페인이 우리 국민의 번영과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앨든 마이어 E3G 기후변화 싱크탱크 연구원은 “OPEC이 서한을 발송해 회담에 개입한 것은 처음”이라며 “(OPEC이) 공포에 질린 것 같다”고 했다. 웝크 훅스트라 EU 기후 담당 집행 위원은 “서한은 기후 변화 노력에 도움이 안 된다”며 “기후 위기에 처한 전 세계 상황과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는 미지근한 입장이다. 셰전화 중국 기후특사는 “16년 동안 기후 협상에 참여했지만 올해 회의가 가장 힘들었다”며 “국가들이 화석 연료의 미래에 합의하지 못하면 회의가 성공하긴 어렵다”고 했다. 부펜데르 야다브 인도 환경부 장관은 부유한 국가들에 기후 문제 책임을 넘기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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