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의 핵 고도화가 북한과의 대화 중단과 합의 파기 탓이라고 주장하자, 국민의힘은 "대북정책 실패를 인정하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핵의 실체와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기울인 외교적 노력이 실패를 거듭해온 이유를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독서"라며 미국 핵 과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저서 <핵의 변곡점>을 소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외교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거나 적어도 억제할 수 있었던 결정적 변곡점마다 과도하게 이념적인 정치적 결정 때문에 번번이 기회를 놓치고 상황을 악화시켜왔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고 썼다.
이어 "대화 반대자들의 주장과 달리 외교와 대화가 북한에 핵을 고도화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 아니라, 합의 파기와 대화 중단이 북한에 시간을 벌어주고 핵발전을 촉진해왔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의 잘못된 대북정책이 북한의 위협을 초래했다고 맞섰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10일 논평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이 집권 5년 내내 종전선언을 주장하며 북한을 향한 일방적 구애와 지독한 짝사랑을 보여줬다"며 "북한의 화답은 우리 국민과 영토에 대한 위협뿐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은 2018년 9·19 합의 체결 이후 포문을 약 3400회 개방하는 등 일방적으로 남북 간 합의를 어겼고, 급기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정찰위성을 발사했다"며 "9·19 합의 일부 효력 정지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정당방위"라고 반박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었던 것인가"라며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트리는 리더는 리더가 아니다. 잘못한 대북정책을 쿨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이 언급한 <핵의 변곡점>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핵 개발'과 '외교'라는 이중 경로 전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헤커 박사는 이 저서에서 북한이 1990년대 초부터 미국과 장기적인 전략 관계를 실질적으로 모색해왔다고 주장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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