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성은 2025년 이후 법개정을 통해 약국에 방문하지 않고 거의 모든 약을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지난달 24일 발표했다. 호주,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미국 등 비대면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의약품의 인터넷 구매가 가능하다. 시범사업에서조차 약 배송을 허용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이러다가 원격의료 분야에서는 정보기술(IT) 후진국이라고 얕보던 일본에까지 밀리는 ‘원격의료 후진국’이 될 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디지털헬스케어법’(약칭)에 있다. 이 법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입법 논의 중이다. 그런데 이 법이 정의하는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에서 의약품 판매가 아예 제외될 상황이다. 애초에 여당의 강기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제2조 디지털헬스케어의 정의에 약사법 제2조의 의약품 판매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발의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에는 의약품 판매가 제외됐다. 두 법안을 병합 심리하는 과정에서 복지부가 신 의원 안에 손을 들어준다면 의약품 판매는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에서 제외된다. 의약품 판매에 대한 디지털 전환은 논의조차 못 해보고 근본적인 싹부터 잘리는 셈이다.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국회의원이 약사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을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정치적 심판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은 중립적이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시범사업에서 약 배송조차 허용하지 못하는 복지부가 의약품 판매에 대한 디지털 전환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야당 법안에 혹여 동의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복지부의 비대면진료 대상 확대에 대한 발표 후 가장 먼저 반대 성명을 낸 곳은 약사회였다. 약사회 말대로라면 약사회가 원치도 않았는데 복지부가 스스로 약 배송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복지부가 디지털헬스케어 법안 논의 과정에서 신 의원 안을 찬성한다면 이 정부의 강력한 모토이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추진하겠다는 주요 정책인 ‘디지털 헬스케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같은 동네 약사회장 출신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다르다. 약계에 정치적 빚이 없는 윤 정부만이 약업계 카르텔을 깰 수 있다. 이 정부에서 의약품 정책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다. 이 정부가 실패한다면 우리는 디지털 헬스케어 후진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 소아나 노인이 야간에 비대면진료를 받고 약국을 찾아 헤매야 한다면 접근성 확보라는 비대면진료의 가치는 사라지게 된다. 복지부는 국민이 왜 가치 없는 일에 비용을 낭비해야 하는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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