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페리 와르지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10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지난 5월 인천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통화 직거래 관련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데 이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양국 중앙은행 총재는 내년에 원화·루피아화 직거래 체제를 도입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기획재정부 등과 직거래 제도 도입을 위한 기술적·법률적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다.
원화·루피아화의 직거래는 양국 민간은행 간에 이뤄진다. 예컨대 한국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 인도네시아 수입사는 자국 은행에서 원화 대출을 받거나, 루피아화를 원화로 환전해 송금 요청을 하면 된다. 송금 요청을 받은 한국 민간은행은 한국 기업에 원화로 수출대금을 지급한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민간은행은 원화와 루피아화 간 직거래를 중개한다. 이 같은 직거래는 중간에 달러로 환전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거래 과정에서 환율 변동 리스크도 축소할 수 있다.
직거래가 활성화되면 양국 간 거래에서 원화 결제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한국이 10번째로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다. 올 2분기 기준 수출액은 23억4950만달러였다.
이 총재는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 첨단 분야에서 중요한 글로벌 공급망 역할을 하고 있다”며 “통화 직거래 체제 도입은 양국 간 교역 촉진을 통한 경제 발전과 통화 사용 확대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와르지요 총재도 “양국 간 무역결제에서 각국 통화 사용을 장려해 거래 효율성이 개선되고, 거시경제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이 달러 외 통화와 직거래하는 것은 현재 위안화뿐이다. 원화·위안화 직거래는 중앙은행의 통화스와프와 연계된 무역결제 지원제도라는 점에서 민간은행이 직접 거래하는 이번 협약과는 차이가 있다. 1996년엔 원화와 일본 엔화 간 직거래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당시 거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4개월 만에 중단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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