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오너 일가, 'PEF 연합군'과 손잡는다

입력 2023-12-11 14:51   수정 2023-12-12 09:34

이 기사는 12월 11일 14: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창업자 별세 이후 대규모 상속세를 떠안게 된 한미약품 오너 일가가 사모펀드(PEF) 연합군과 손을 잡는다. 당초 협의에 나섰던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출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금력 있는 대형 PEF 운용사들이 합류하게 됐다. 이들은 급전이 필요한 오너일가를 대상으로 한 투자 수익률이 쏠쏠할 것이라 보고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며 '추가 베팅'을 제안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라데팡스파트너스가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인수를 위해 IMM인베스트먼트, KDB인베스트먼트와 손을 잡았다. 투자 구조와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3자가 'PEF 연합'을 꾸려 거래를 종결시키겠다는 공감대는 형성했다. 라데팡스 펀드에 앵커 출자자로 참여하기로 했던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뱅크런 사태로 발을 빼면서 애초 딜 구조가 바뀌게 된 것이다.

현재로선 라데팡스가 최대 1000억원 규모로 프로젝트 펀드를 꾸리고 IMM인베와 KDB인베가 각각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1500억원씩 출자하는 구조가 유력시된다.

라데팡스는 지난 5월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지분율 12.56%)과 장녀 임주현 사장(7.29%)이 보유한 지분 중 11.78%를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 거래로 최대주주인 송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63.1%에서 51.3%까지 낮아질 예정이었다. 매수 예정 규모는 3132억원이었다.

이번 딜은 오너 일가의 상속세 마련을 위한 거래다. 창업자인 임성기 회장이 2020년 타계하면서 주식을 증여받은 이들 일가는 약 5000억원의 상속세를 부여받았다. 법정 상속분대로가 아니라 2(배우자) 대 1(자녀) 비율이었다. 이 거래로 송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장남 임종윤 사장, 장녀 임주현 사장, 차남 임종훈 사장이 뒤를 이었다. 이들이 부담할 상속세 규모는 송 회장이 1961억원, 세 남매가 각각 995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5년간 나눠 납부하기로 했다.

앞서 체결된 SPA에선 에쿼티 투자와 대출 투자로 나눠 인수 펀드를 구분했지만 PEF 연합군은 '100% 에쿼티' 구조로 변경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여기에 추가로 자금을 베팅할 의지도 피력했다. 연부연납 예정이었던 상속세를 일시 납부할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녀뿐 아니라 장남인 임종윤 사장(12.12%), 차남 임종훈 사장(7.20%)이 보유한 지분 일부까지 묶어 인수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엔 자금 소진 이슈가 있다. 두 곳 모두 미소진 자금이 아직 많이 쌓여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급전이 필요한 오너일가를 대상으로 한 소수지분 투자 수익률이 쏠쏠할 것이란 계산도 깔렸다. 주가가 향후 상승할 여력도 크다고 보고 있다. SPA 체결 당시 4만7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3만6000원대까지 떨어져있는 상태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적다. 이들은 주식담보대출과 환매조건부 매매계약으로 어느 정도 상속재원을 마련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상속세를 일시 납부하는 방식도 이자 부담을 고려하면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다. IMM인베와 KDB인베는 내부수익률(IRR) 기준 최소 7% 이상의 하방 안전장치를 원하지만 연부연납의 경우엔 매년 2.9%의 금리만 부담하면 된다. 연부연납 시 본세에 상증세법에서 정한 이자율만큼 이자를 추가 납부해야 한다.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오너 일가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연간 약 90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이 시한이 매년 3월이다. 라데팡스와 지난 5월 SPA를 체결했지만 7개월간 거래가 지연되면서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자금 납입 시기까지 고려하면 늦어도 연말까지는 거래 구조를 확정해야 한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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