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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형 건강보험사 시그나가 경쟁사 휴마나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1400억달러(약 185조원) 규모 초대형 건강보험사의 탄생보다는 독과점 우려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에 맞춰져 있었던 탓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시그나와 휴마나가 (인수) 가격을 포함한 재무적 조건들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시그나는 특히 주요국 규제 당국이 반독점 여부를 깐깐하게 따져볼 가능성과 합병 논의 공개 이후의 주가 급락세 등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통상적으로 주주들은 이런 종류의 변혁에 긍정적이지만, 지금과 같은 (금융) 환경에선 인수 작업이 수년간 마무리되지 못하고 방치될 위험이 크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두 회사 간 인수 협상이 알려진 뒤 시그나 주가는 9.5%가량 주저앉았던 바 있다.
합병이 성사됐다면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를 넘는 유나이티드헬스의 뒤를 잇는 초대형 건강보험사가 탄생할 전망이었다. 최근 10년 새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이날 기준 시그나와 휴마나의 시가총액은 약 760억달러(약 100조원), 590억달러(약 78조원)에 이른다.
WSJ는 이번 M&A 협상이 무산된 데 대해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 반독점 규제 강화 등에 따라 M&A 시장이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라고 짚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M&A 규모는 약 1조2000억달러(약 1582조원)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헬스케어 부문은 M&A가 비교적 활발한 분야로 꼽히지만, 올해는 거래량이 4% 쪼그라들었다.
시그나는 대신 10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코다니 시그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시그나 주가는 상당히 저평가돼 있으며, 자사주 매입은 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재량 현금 흐름 대부분을 여기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자산) 매각뿐 아니라 전략에 부합하는 볼트온(bolt-on?동종 기업 인수)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2주 내로 시그나가 메디케어어드밴티지(민간보험사가 국가 대신 운영하는 미 건강보험) 사업 매각 계획을 발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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