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공군 KF-16 전투기 추락 사고는 엔진실 내부에서 떨어진 고무 패킹이 엔진에 들어간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공군의 사고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21일 충남 서산 기지에서 이륙한 KF-16 전투기는 이륙 36초 뒤 고도 약 314m에 이르렀을 때 강한 진동과 충격을 동반한 '엔진 실속'이 발생했다. '엔진 실속'이란 엔진에 유입되는 공기 흐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엔진 추력이 일시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조종사는 당시 '조류 충돌'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기지로 회항하려 했는데 두 차례 더 엔진 실속이 발생했다. 뒤따라오던 다른 전투기 조종사는 "사고기 후미에서 연기가 화염이 발생했다"며 엔진 결함 상황임을 알렸다. 이후 사고 전투기에선 두 차례 더 엔진 실속이 발생했다. 이후 조종사는 활주로에 정상적으로 착륙할 수 없다고 판단, 이륙 후 1분30초 시점에 비상 탈출했다.
공군은 사고 직후 대책본부를 구성해 잔해 분석, 비행기록장치 확인, 비행 상황분석, 엔진 계통 손상 분석, 조종사 진술 청취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투기 엔진 팬 모듈의 에어실 안쪽 면에 있던 러버실이 떨어져 엔진 내부로 유입된 것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에어실은 엔진 팬 모듈을 둘러싸고 있는 링 형태의 금속 부품이다. 러버실은 에어실 안쪽 면에 부착하는 고무 패킹이다. 엔진이 작동할 때 발생하는 진동을 줄여준다.
공군 관계자는 “떨어져 나간 러버실 조각들이 엔진 블레이드 등 구성품 일부를 훼손했고, 연소실로 흡입되는 공기 흐름에 이상이 생겨 엔진 실속이 발생했다”며 “러버실이 왜 탈락했는지에 대해서는 엔진 제작사와 민간 정비창에 원인 규명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공군은 사고 전투기와 같은 엔진을 쓰는 KF-16과 일부 F-15K의 러버실 부착 상태를 점검하고 이상이 없는 기체는 18일부터 단계적으로 비행을 재개할 계획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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