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백화점 메이시스를 58억달러(약 7조64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투자회사들이 제안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e커머스가 급성장해 백화점산업이 쇠퇴하고 주가도 떨어진 가운데, 메이시스가 미 전역에 보유한 매장의 부동산 가치를 노린 거래 제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부동산 전문 투자회사 아크하우스매니지먼트와 자산운용사 브리게이드캐피털매니지먼트가 메이시스 주식을 주당 21달러, 총 58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서를 메이시스 측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투자회사들이 제시한 가격은 메이시스의 8일 종가(17.39달러)에 약 21%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인수 의향자들은 향후 실사를 거쳐 인수 제안가를 높일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아크하우스는 사무실, 아파트 등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는 회사다. 브리게이드캐피털은 소매업에 주력하는 투자사로 미 백화점 기업인 JC페니, 니만마커스 등에 투자했다.
메이시스는 백화점 매장 약 500개에 고급 백화점 체인인 블루밍데일스 매장 32개, 블루밍데일스 아울렛 매장 21개 등을 보유한 거대 유통기업이다. 뷰티 전문 매장인 블루머큐리 매장도 158개 운영하고 있다. 매년 추수감사절에 뉴욕에서 진행하는 메이시스의 퍼레이드는 1924년부터 100년간 이어지며 미국인이 가장 기다리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외형과 달리 메이시스 주가는 올해 들어 15.8% 떨어졌다. 전고점인 2021년 11월 19일(34.71달러) 대비 반토막 났다. 2015년 기록한 70달러 선 대비로는 4분의 1 수준이다. 2020년 팬데믹 직격탄을 맞으면서 JC페니, 니먼마커스 등 대형 백화점이 줄파산했고, 팬데믹 이후에는 e커머스의 급성장과 전문점 중심의 소비 흐름 변화 등에 밀렸다. 메이시스의 올 3분기 동일 점포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 줄었다.
투자회사들의 이번 인수 제안을 놓고 메이시스의 유통사업보다 부동산 등 자산을 염두에 둔 투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이시스는 이전에도 인수합병(M&A)될 운명에 놓였었다. 2017년 캐나다의 허드슨베이가 메이시스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최종 무산됐다. 메이시스가 보유한 수많은 부동산 자산과 e커머스 사업부를 분사하라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도 지속해서 받았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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