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면허 시험 당일 예약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확실히 면허를 따려는 수요가 줄었어요."
서울에서 실내 운전연습장을 운영하는 A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맘때면 수능을 마치고 면허를 따려는 고3으로 북적여야 할 실내 운전연습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108만명이던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는 코로나19가 번졌던 2019~2021년까지 107만명대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줄어들다 지난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는 96만8143명으로 전년(107만1701명) 대비 9.6% 줄었다.
이에 운전면허 취득과 관련한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2021년에 실내 운전연습장을 개업한 A씨는 올해 매출에 대해 "작년 대비 약 15% 정도 줄어들 것 같다"며 "확실히 면허를 따려는 인구가 전체적으로 줄어든 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근 실내 운전연습장이나 운전학원을 운영하는 분들도 다들 힘들다고 말한다"며 업계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불경기 영향도 체감된다"고 말했다. A씨는 "면허를 취득하는 비용은 서울 지역 기준 학원은 80만~90만원대, 실내 운전연습장은 40만~50만원대"라며 "인구 감소폭이 큰 데다 값이 만만치 않으니 '면허는 나중에 여유 있을 때 따자'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부연했다.
운전학원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 관계자는 "불경기로 버티지 못하는 운전학원이 전국적으로 매달 두세 군데씩 폐업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을 중심으로 폐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내 운전연습장을 매도하는 글도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권리금 없이 매장을 양도하겠다는 글도 보였다.
업계에선 꾸준한 인구감소에도 그나마 코로나19 시기에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의 수가 보합세를 유지했던 이유를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보고 있다. 대중교통 기피 현상과 배달업의 성장으로 인한 일종의 '착시' 효과인 셈이다.
A씨는 코로나19 시기 업황에 대해 "비수기에도 꾸준히 면허 취득 수요가 있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중교통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었고, 해외여행 등 외부 활동이 제한적이니 남는 시간에 면허를 따두려는 수요가 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때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렸던 시기에는 운전면허시험장이 북적이기도 했다. 배달업에 종사하기 위해 원동기 면허를 따려는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0년 원동기 면허(2종 소형) 시험 응시 건수는 13만9344건으로, 전년(11만9772건) 대비 16.3% 증가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반짝' 수요마저 꺾이면서 늘 붐비던 면허시험장도 대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다. 13일 오후 도로교통공단 안전운전 통합민원 홈페이지의 면허시험장 민원대기 현황을 살펴보니 서울 도봉운전면허시험장, 서부운전면허시험장, 경기 용인운전면허시험장, 안산운전면허시험장, 인천운전면허시험장 모두 면허시험 관련 대기인원은 0~2명의 대기 인원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연말에 자동차 운전면허 기능시험이나 도로 주행시험을 예약하면 3~4일 이후에나 시험을 치를 수 있었는데 요즘엔 당일 예약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로 인해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며 "올해도 10월까지의 집계를 기준으로 하면 신규 면허 취득자는 전년 대비 약 10%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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