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숙 서울아산병원 테라노스틱스센터장(핵의학과 교수·사진)은 최근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0월 국내 첫 테라노스틱스센터를 열었다. 테라노스틱스는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tics)을 함께 한다는 뜻의 의료 용어다. 진단용으로 주로 쓰이던 방사성 동위원소를 암 치료에 활용하면서 세계적으로 테라노스틱스센터를 여는 의료기관이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 서울아산병원이 첫 센터를 연 데에는 역사적 배경도 있다. 1989년 문을 연 이 병원의 이문호 초대 원장이 국내 첫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한 핵의학 개척자다.
방사성 치료제는 암 표면에 잘 달라붙는 특정 단백질에 방사성 물질을 붙여 만든다. 치료제가 암세포를 찾아가면 방사선을 내뿜는 방사성 물질이 암세포만 망가뜨린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망 원인으로 알려진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 등이 이런 원리로 개발됐다.
루타테라와 플루빅토 상용화에 성공한 스위스 노바티스 등 방사성 치료제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 국내에선 SK바이오팜이 방사성 의약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류 센터장은 “방사성 동위원소는 짧은 반감기 탓에 약물을 대량으로 만들어 뒀다가 나중에 치료나 진단용으로 쓰는 게 힘들다”며 “의약품용 방사성 동위원소는 순도가 높아야 하는 데다 항공 운송 조건이 까다로워 국내에 생산시설이 있으면 치료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타테라 등 치료제가 개발돼 일부 암 환자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그는 “독일 호주 등은 정부가 방사성 의약품 규제를 낮춰 치료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며 “방사성 의약품은 아주 제한된 수의 환자를 위해 만드는 치료제이기 때문에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기존 의약품과는 다른 규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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