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엔케이맥스 대표 "알츠하이머 세포치료제, 美임상 내년 돌입"

입력 2023-12-12 18:00   수정 2023-12-13 00:37

세포치료제 개발기업 엔케이맥스가 다음달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임상의 첫 환자 투약을 시작한다. 우리 몸속 면역세포 중 하나인 자연살해(NK)세포를 이용해 알츠하이머 정복에 나선 최초 사례다. 레켐비 등 항체 중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 판도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NK세포로 치매 원인 치료
박상우 엔케이맥스 대표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선 임상에서 중등증 환자가 경증으로 치매 증세가 호전되는 사례가 나왔다”며 “증세 악화를 늦출 뿐 아니라 뚜렷한 개선 효과를 확인하는 게 이번 미국 임상의 목표”라고 했다.

엔케이맥스는 지난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물질 ‘SNK01’의 임상 승인을 받았다. 환자 6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해 안전성을 평가한 뒤 임상 2a상에서 30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함께 볼 계획이다. 데이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위약(가짜약)을 맞는 대조군도 포함시켰다.

박 대표는 “엔케이맥스가 NK세포로 알츠하이머 치료에 나서는 첫 사례”라며 “임상을 위한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알츠하이머와 NK세포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1980년대부터 나왔다. 학계에는 외부 물질이 뇌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뇌혈관장벽(BBB)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느슨해 면역세포 침투가 용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뇌 속에 들어간 면역세포는 알츠하이머의 원인인 염증을 완화할 수 있다.
“중등증 환자에게서 효과 확인”
엔케이맥스가 멕시코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로 진행한 임상 1상 결과도 미국 임상을 위한 근거가 됐다.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NK세포를 배양해 만든 세포치료제 SNK01을 경증~중등증 알츠하이머 환자 10명에게 투약하는 임상이었다. 그 결과 3명(30%)이 인지행동 평가 기준(ADCOMS)으로 증상이 호전됐으며, 6명(60%)은 증상이 악화되지 않고 유지됐다. 고용량(40억 개)을 맞은 환자 3명 중 1명은 중등증에서 경증으로 증상이 호전됐다.

박 대표는 “기존 치료제는 치매 증세 악화를 늦추는 효과만 있는데 SNK01은 증상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며 “미국 임상에선 멕시코 임상보다 더 많은 NK세포 60억 개를 3주 간격으로 투여한다”고 덧붙였다.

증세가 심한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은 증세가 약한 초기 환자를 주로 대상으로 한다. SNK01의 미국 임상 중간 결과는 내년 하반기에 나온다. 그는 “임상 결과를 보면서 파킨슨병, 뇌졸중, 뇌전증 등으로 치료 분야를 넓힐 것”이라고 했다.
항암제 개발도 진행 중
엔케이맥스는 NK세포를 이용해 항암제를 개발해 왔다. 알츠하이머 임상에서 얻은 긍정적인 결과로 치료제 개발 영역을 넓히긴 했지만, 항암제 개발도 놓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는 육종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SNK01의 미국 임상 1상 최종 결과는 내년 초에 나온다. 환자의 피를 채취해 배양한 뒤 투약하는 자가 치료제가 아니라 건강한 사람의 혈액에서 채취한 NK세포를 배양해 사용하는 동종 치료제 ‘SNK02’의 미국 임상도 8월 투약을 시작했다. 특정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찾아가 암세포를 죽이도록 설계한 CAR-NK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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