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노후계획도시특별법 통과로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아파트의 재건축이 한결 쉬워짐에 따라 경기도가 도시 ‘업그레이드’ 밑그림 작업에 들어갔다. 도는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가 병원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도록 복지·의료 인프라를 늘리고 사회간접자본(SOC)도 확충하는 구상을 내놨다.
1기 신도시 등 13곳 재건축 ‘탄력’
경기도에는 고양 일산, 성남 분당, 안양 평촌 등 1기 신도시 다섯 곳을 비롯해 특별법을 적용받는 13곳의 주거지구가 자리하고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등 도시계획을 담당하는 이계삼 도시주택실장과 김기범 도시재생추진단장은 11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도시 재건축 과정에서 해당 도시를 ‘고령사회’에 맞게 대대적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김 단장은 “노후계획도시특별법 통과로 1기 신도시뿐 아니라 완공 20년을 넘은 100만㎡ 이상의 도내 13곳의 주택지구에서 본격적 재건축을 추진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당장 법 적용을 받는 택지 면적은 6548만㎡, 45만 가구에 달한다.
특별법의 핵심은 ‘재건축의 속도전’이다. 해당 지구에선 안전진단이 면제되고, 용적률을 최대 500% 높여 재건축할 수 있다. 경기도는 특히 정비 대상인 택지가 ‘인접 원도심을 포함한 100만㎡ 구역’으로 정해지면서 당장 법 적용을 받는 45만 가구, 150만 명의 도민 외에 240만 가구, 800만 명이 살아가는 도내 아파트촌 대부분이 순차적으로 정비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인 홈케어 ‘웰다잉 도시’ 필요
경기도는 1기 신도시 주민의 고령화에 대비해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로 재건축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민들이 은퇴 후에도 계속 해당 지구에 살면서 돌봄 서비스 등의 일자리에 종사하고, 생을 마칠 즈음엔 도시 밖 요양원으로 밀려나지 않고 ‘홈케어’를 받을 수 있는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특별법에는 ‘인구 구조에 대비한 도시기능 향상 시설’을 공공기여 대상으로 삼는 방안이 담겨 있다. 특별정비구역, 선도사업구역을 지정할 때 노인 케어센터를 짓거나 병원이 입주 가능한 건물을 공공기여하는 사업에 우선권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실장은 “선진국을 보면 은퇴세대도 70대 중반까지 거주지에서 서비스업과 더 불편한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 등에 종사한다”며 “아파트 안에 노인 가구를 위한 식당을 만들거나, 긴급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 친화형으로 정비하는 주택에는 인프라 보수와 확충에 드는 비용을 도가 특별회계로 지원하는 조례도 마련할 예정이다.
단지 내 창업 공간·스마트워크 센터
자칫 노인 위주가 될 단지의 활력을 높이려면 기존 청년 인구의 유지 내지 새 청년 주민의 유입이 필수적이다. 도는 생활편의시설(병원, 쇼핑센터, 문화센터)을 확충하는 동시에 기존 아파트의 저층부를 창업 공간과 스마트워크센터로 만드는 ‘미니 테크노밸리’ 조성도 추진한다. 먼 거리 출퇴근 대신 집 주변의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일하며 아이를 돌보겠다는 청년층을 겨냥한 정책이다. 용적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아파트 저층부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짓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노후화가 신도시 아파트보다 더 심각한 원도심의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정비기본계획도 내년 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다.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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