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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783억달러, 2023년 5635억달러, 2024년 6787억달러…’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집계 및 추정한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규모다. 내년 클라우드 시장이 올해보다 20% 성장해 6787억달러, 900조원 규모로 팽창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홈페이지 구축 및 운영, 사내 업무 시스템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인터넷상의 가상화된 서버에 프로그램을 두고 필요할 때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불러와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값비싼 서버와 하드웨어, 운영 프로그램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빌려쓰는 기업이 늘면서 클라우드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가트너는 2027년까지 전 세계 기업의 70% 이상이 클라우드 플랫폼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이용률이 15%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빅테크들은 기업에 최적화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앞다퉈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핵심 키워드는 ‘쉽고, 간편하고, 빠르게’다. 챗봇과 코딩 없이도 나만의 앱을 만들 수 있는 기술, 멀티모달 기능 등을 클라우드에 추가하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이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에 집중 투자하면서, 진입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 후발주자’ 아마존, 가성비 챗봇 출시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위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이달 초 새 기업용 AI 챗봇 ‘큐(Q)’를 공개했다. 큐는 아마존의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오픈AI의 대항마로 꼽히는 앤스로픽의 ‘클로드2’, 메타의 오픈소스 AI인 ‘라마2’ 등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Q는 문서 요약, 데이터 분석, 자료 생성 등 다른 빅테크들이 클라우드 서비스에도 운영하는 챗봇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생성 AI 열풍에서 한 걸음 뒤처져 있던 아마존은 기업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내세운 전략은 ‘가성비’다. 월 사용료를 인당 20달러로 책정했다. 인당 30달러인 MS와 구글의 기업용 AI 챗봇보다 저렴하다.AWS가 내세운 또다른 장점은 개방성이다. 애덤 셀립스키 AWS 최고경영자(CEO) “‘MS 365’, ‘구글 드라이브’ 등 40개 이상의 기업 제품에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의 앱에서도 아마존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호환성으로 고객 이탈을 방지해, 점유율 1위 자리를 사수하겠다는 전략이다.
‘GPT 부스터’ 장착한 MS 애저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2위인 MS 애저는 동맹관계인 오픈AI의 LLM GPT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AI 서비스 ‘MS 365 코파일럿’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MS 365는 워드와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과 팀즈 등으로 구성된 MS의 사무용 소프트웨어다. MS 애저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기업과 사용자들은 코파일럿을 통해 이메일 처리, 문서 초안 작성, 데이터 분석, 마케팅 문구 작성, 회의 진행 등 다양한 업무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MS는 최근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GPT-4 터보’를 적용해 경쟁력을 높였다. GPT-4터보를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면 300페이지짜리 책 한권을 프롬프트에 한 번에 입력할 수 있다. AI가 소설책 한 권을 통째로 읽고 분석해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거나 자료를 생성할 수 있는 것이다. GPT-4 터보의 또 다른 특징은 멀티모달 기능이다. 문서뿐만 아니라 이미지도 분석해 사진설명을 생성할 수 있고, 그림이 포함된 문서도 처리할 수 있다.
오픈AI는 이미지 생성 모델인 ‘달리3’도 운영 중인데, GPT-4터보에선 달리3도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미지 검색 기능을 다른 데이터와 결합해 개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로켓 발사 사진을 보여주면 일반적인 멀티모달 시스템은 단순한 사진 설명을 제공한다. 검색 기반 멀티모달을 사용하면 정확한 로켓의 모델명과 발사 날짜도 찾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결합할 수도 있고, 글자로 명령하면 그에 맞는 이미지로 생성해준다.
멀티모달로 격차 좁히기 나선 구글
구글은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점유율 3위에 올라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AWS의 점유율은 32%다. MS 애저가 22%로 2위, 구글 클라우드는 11%로 3위다. 검색부문에선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이 클라우드 시장에선 10% 수준에 머물며 좀처럼 점유율을 높이지 못하는 모양새다.이에 구글은 지난 8월 자사의 장점인 생성 AI를 대거 적용한 기업용 AI 서비스 ‘듀엣 AI’를 내놨다. 구글의 소프트웨어 도구인 구글 미트와 구글 챗, 구글 닥스, 구글 시트, 지메일 등에서 생성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듀엣 AI를 통해 회의 내용을 메모, 요약하고 이미지 생성도 할 수 있다. 다양한 언어로 번역도 해준다.
구글 클라우드는 기업 고객이 LLM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버텍스 AI’ 기능도 강화했다. 기업이 버텍스 AI에서 총 100여종의 LLM 중 적합한 모델을 활용해 맞춤형 앱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는 “다양한 생성형 AI를 통해 기업들이 다른 클라우드나 외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구글 클라우드 내에서 원스톱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최근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나섰다. 이달 초 멀티모달 성능을 한층 강화한 차세대 LLM ‘제미나이’를 공개하고 오픈AI GPT-4터보와 본격 경쟁에 나선 것이다. 제미나이는 이미지와 영상, 음성 등을 인식하고 추론하는 기능을 선보이며 ‘생성 AI 2.0’ 시대가 본격화했음을 알렸다. 업계에선 제미나이가 챗봇 바드, 검색, 클라우드 등 구글 서비스 전반에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제미나이 발표 당시 공개한 영상이 편집본인 것이 밝혀지면서, 제미나이의 실제 성능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구름 위에 모든 걸 얹는다”… 한국은?
빅테크의 클라우드의 경쟁력 강화 전략은 ‘오픈과 집약’이다. 다양한 AI 제품을 자사 클라우드 내에 탑재하고, 경쟁사 서비스에 대한 호환성도 갖춰 한 곳에서 모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쉽고 편리하고 빠르게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충성 고객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생성 AI를 통해 코딩 없이 자연어로도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앱을 만들 수 있도록 사용 난도를 낮추고 있다. 실제로 구글과 MS 등은 클라우드 내에서 두어 번의 명령과 클릭 몇 번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코딩의 대중화’를 통해 보다 많은 유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빅테크는 판단한 것이다.이와 같은 빅테크의 인프라 집중 전략에 AWS,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3개 사의 클라우드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스태티타스에 따르면 2020년 61%였던 3개 사 점유율은 올해 2분기 65%로 상승했다. 이 추세라면 앞으로 2~3년 뒤에 70%를 훌쩍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클라우드 시장도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선 네이버 클라우드, KT 클라우드, NHN 클라우드 3사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산업이 성장하면서 이들 업체의 매출도 매년 두 자릿수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내년에 올해보다 19.2% 성장해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생성 AI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8월 생성 AI ‘하이퍼클로바X’를 내놨고, KT도 초거대 AI ‘믿음’을 내놨다. 하지만 이들 AI 기술을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목하는 건 초기 단계다. 이미 생성 AI가 상당히 깊숙하게 자리 잡은 빅테크에 크게 뒤쳐진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은 대부분 AWS,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가 점유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해외 업체들의 진입이 제한된 공공?금융기관 클라우드 서비스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빅테크의 인프라 경쟁에 밀릴수록 빅테크와 다른 기업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 높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에 정부도 국내 클라우드 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섰다. 2030년까지 8300억원을 투자해 국내 AI 반도체 기술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을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력도 높인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빅테크 업체들의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와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독보적이라 직접 경쟁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클라우드 업체들은 기술 경쟁력 강화와 함께 타사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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