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국내에 있는 대통령실 참모들은 물가·산업재해 등 민생 현장을 살피며 현안 파악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순방을 떠나기 전 “모든 참모들은 책상에 앉아 있지 말고 민생 현장에 파고 들어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라”고 당부한 바 있다.
1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농산물 물가 동향을 점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등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인 이 실장은 지난해 8월 정책기획수석으로 발탁돼 대통령실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국정기획수석을 맡아 노동개혁 등 국정 현안을 주도했고 지난달 30일 정책실이 신설되면서 정책실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이 실장은 당시 취임 일성으로 “당장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모든 가용한 정책을 총동원해 물가 안정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장 방문은 이 실장의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다. 이 실장은 먼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주요 농산물 수급 동향을 보고 받았다. 이후 농산물 경매가 진행되는 현장을 직접 참관하며 주요 품목별 도매가격 변동과 품질 등을 살폈다.
도매시장 경매인들은 이 실장에게 “10월 이후 농산물 가격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사과, 배 등 올해 생산이 감소한 과일류는 전년 대비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실장은 “가격이 안정적인 품목들도 수급 여건을 상시 모니터링 해 필요할 경우 선제적으로 대책을 추진해달라”고 농식품부 등에 당부했다. 농식품부는 소비자 부담이 높은 품목을 매주 지정해 최대 40%까지 할인하는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실장은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서민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수시로 현장을 찾아 애로사항을 듣고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같은 날 경기 안산에 있는 반월공단을 찾아 중소기업인들로부터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등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들었다. 현재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아니지만 다음 달 27일부터는 유예 기간 종료로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장 수석을 만난 중소기업 대표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관련 사전 준비의 버거움과 형사처벌이 따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호소하며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적용 유예 입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대 협의회를 열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이던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 기준 규정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장 수석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한 산업 현장에서의 우려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기업을 처벌해 의무를 강제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와 부작용이 있으므로 노사가 함께 산재 예방의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준비를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안전시설 장비의 설치?개선비 융자(연리 1.5%, 3년 거치 7년 분할 상환) 사업 예산을 올해 대비 1033억원 늘린 4586억원으로 편성했다.
김범석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도 이날 서울 공덕동에 있는 창업지원공간 프론트원을 찾아 청년 스타트업 창업자들로부터 정책 건의 사항 등을 청취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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