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영국박물관 못잖은 국립중앙박물관

입력 2023-12-13 17:58   수정 2023-12-14 00:21

정부과천청사가 생기면서 1986년 중앙청 건물(옛 조선총독부 청사)을 개조해 이전했던 국립중앙박물관의 용산 이전이 결정된 것은 1993년. 비판도 적지 않았다. 용산가족공원은 갯벌과 모래가 섞인 저지대 퇴적층이라 침수 가능성이 크다는 것. 한강이 범람할 경우 수장고가 물에 잠길 우려도 제기됐다. 200년 주기의 대홍수에도 안전하도록 흙을 메워 지반을 대폭 높인 이유다. 관람객의 접근성도 걱정거리였다. 여러 고궁과 국립민속박물관·종로 등 볼거리가 몰려 있고 교통도 편리한 경복궁과 달리 드넓은 용산공원에 달랑 박물관만 있으면 누가 가겠느냐는 것. 하지만 기우였다.

중앙박물관의 올해 관람객이 사상 처음으로 400만 명을 돌파했다. 2005년 10월 용산 이전 후 누적 관람객은 5400만 명을 넘어섰다. 전 국민이 한 번 이상 박물관에 다녀간 셈이다. 2010년 이후 매년 300만 명대를 유지하던 연간 관람객은 2020년 코로나19로 77만 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341만 명으로 회복해 세계 미술관·박물관 중 5위를 기록했다. 영국 미술매체 아트뉴스페이퍼에 따르면 파리 루브르박물관이 772만 명으로 1위였고 바티칸박물관(508만 명), 영국의 영국박물관(409만 명)과 테이트 모던(388만 명)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7만 명이던 외국인 관람객이 올해 17만 명으로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관람객 증가는 좋은 전시 덕분이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함께 기획해 지난겨울부터 올봄까지 펼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은 올해만 17만 명이 찾는 등 총 관람객이 32만 명에 달했다. 올여름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를 선보인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는 36만 명을 불러 모았다.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을 나란히 전시한 ‘사유의 방’은 ‘불멍’(불상을 멍하게 바라봄) 명소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실감 영상과 외국 전문가들도 감탄하는 새로운 전시 기법 등도 매력적이다. 지난해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기증품을 선보인 ‘어느 수집가의 초대’는 관람객 증가의 기폭제로 꼽힌다. 역시 콘텐츠가 최고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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