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언론간담회를 보면 기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시장 등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 얘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30년 넘게 정부와 국회를 넘나들어 온 경제부총리가 몰려든 기자들을 상대로 이렇게 말했으니 의심할 것 없이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더구나 연말이 다가올수록 주식시장에서는 많은 투자자의 관심사가 되고 있고, 여당 내부에서도 “시행령만 고치면 될 공약을 왜 이행하지 않느냐”고 재촉하는 상황이다. “고액 투자자에 대한 양도세 기준을 완화하는 것과 관련해 여러 언론 보도가 있다”고 한 언급을 보면 주식 양도세에 대한 증시 여론을 포함해 전후좌우 사정을 잘 알면서도 그냥 해를 넘기겠다는 것이다.
현행 과세 체제에서는 연말 기준으로 상장 주식을 종목당 10억원어치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로 지정돼 20~25% 세금이 부과된다. 2000년 도입 때 100억원이었으나 몇 번 개정돼 지금처럼 됐다. 그간 커진 경제 규모와 기업들의 늘어난 시가총액을 보면 10억원의 주식 보유자를 대주주로 규정하고 차별 과세를 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선진국 중에서 주식 보유액에 따라 과세 여부를 달리하는 나라는 없다. 이렇다 보니 연말이면 주식 양도세를 피하려는 ‘큰손 개미’ 투자자들이 내놓는 물량 때문에 증시는 약세장을 면치 못한다.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 속에 최근에는 정부가 이 기준을 30억원 혹은 50억원으로 올릴 것이라는 보도도 잇따랐다.
추 부총리가 총선을 앞두고 ‘부자 감세’라는 뻔한 공세를 과하게 의식하는 것 같다. 법률이 아닌 시행령 개정사항을 두고 앞서 “야당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한 대목도 석연찮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대주주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아니면 국정과제의 미이행 사유라도 자세히 밝히고 언제 바로잡을지 일정이라도 내놓고 물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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