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확정된 COP28 최종 합의문에는 ‘화석연료에 대한 단계적 퇴출(Phase-out)’ 문구 대신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0(넷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화석연료로부터 ‘전환(Transition)’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또 화석연료로부터의 에너지 전환을 향후 10년 안에 시작·추진한다는 데 당사국 전체가 합의했다.
각국 정부가 탈(脫)화석연료에 공식 합의한 것은 기후변화협약 총회가 시작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에스펜 바르트 아이데 노르웨이 외무부 장관은 이날 “인류가 화석연료에서 전환하는 것에 전 세계가 동의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며 “모두가 외면했던 문제를 드디어 직시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각국은 정책을 통해 합의를 이행할 책임을 지게 된다.
합의문을 채택하기까지 진통이 만만치 않았다. 미국 및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해수면 상승 위험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은 COP28 합의문에 화석연료에 대한 단계적 퇴출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도 지난 11일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 합의문’을 통해 화석연료 소비와 생산을 ‘감축(Reducing)’한다는 표현을 담았다. 이 때문에 COP28 최종 합의문에도 퇴출이란 문구를 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12일(현지시간) 오전 총회가 끝난 뒤 논쟁이 벌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거세게 반발해서다. 이들은 합의문에서 퇴출이란 문구를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이 때문에 COP28 합의문 초안 공개 시점이 예정된 시간보다 10시간 지연됐고 초안에는 ‘전환’이란 문구가 실렸다.
UAE가 산유국의 ‘등쌀’에 못 이겨 표현 수위를 낮췄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 EU 등 선진국은 이에 반발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12일 “OPEC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받아적은 비굴한 합의문”이라고 지적했다.
UAE는 다음날 “아직 공식적으로 합의된 문서가 아니다”며 COP28 공식 폐막일(12일)을 넘긴 13일 오전 당사국 회의를 다시 열었다. 최종 합의문은 COP28에 참석한 198개국이 모두 동의해야 확정할 수 있다. 마라톤협상 끝에 타협점을 찾았다.
최종 합의문에 퇴출이란 문구는 빠졌지만, 초안보다 진전된 내용이 담겼다는 평가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현재의 세 배로 늘리고, 탄소 저감·제거 등 탄소배출이 없거나 낮은 기술의 개발을 가속하는 내용이 담겼다.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규정도 명시됐다.
COP28 의장을 맡은 술탄 알 자베르 UAE 왕세제(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 대표)가 중재에 나선 결과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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