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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유대주의’ 논란으로 퇴진 압력을 받아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은 사임한 반면 하버드대와 MIT 총장은 유임됐다. 세 총장의 거취가 결정됐지만 유대인 혐오 문제가 계속 첨예한 논쟁을 양산하면서 내년 미국 대선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외신에 따르면 하버드대 이사회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클로드 게이 총장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샐리 콘블루스 MIT 총장도 대학 이사회의 지지를 받아 유임이 결정됐다.
이들은 지난 5일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과 함께 하원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일부 학생의 반유대주의 발언이 대학의 윤리 규범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고 말을 돌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이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자 매길 총장은 9일 자진 사퇴했다.
세 총장의 거취 문제가 일단락됐지만 대학과 정치권에서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버지니아 폭스 하원 교육위원장(공화)은 청문회 이후 “총장들의 증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3개 대학의 반유대주의에 대해 공식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미 교육부도 하버드대와 펜실베이니아대, 코넬대, 컬럼비아대 등의 유대인과 무슬림을 향한 혐오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사태로 공화당이 미국 명문대의 진보 성향을 겨냥해 벌여온 이념 전쟁이 한층 힘을 받고 있다”며 “공화당과 일부 대학 후원자들이 이번 논란을 미국 고등교육을 뜯어고치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측에서도 세 총장의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조시 샤피로 주지사(민주)는 지난 6일 “유대인뿐 아니라 어떤 인종에 대한 학살도 허용해선 안 된다”며 매길 총장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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