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10개 제강회사가 시행한 총 165회의 망간합금철 구매 입찰에서 입찰 가격과 거래 물량을 담합했다. 망간합금철은 철강 생산 과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철강의 강도를 증가시키는 등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되는 부원료다. 생산 중인 1000여 종의 철강 제품에 모두 들어가는 등 철강, 건설, 자동차 등 국가 기반산업과 직결되는 기초소재로 꼽힌다. 망간합금철은 망간 성분이 많은 ‘페로망간’과 실리콘 성분이 함유된 ‘실리망간’ 제품으로 나뉜다. 페로망간은 주로 일반 판재류 제조에, 실리망간은 형강이나 철근 생산에 사용된다. 국내 망간합금철 시장 규모는 약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DB메탈 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렴한 해외 제품 수입이 늘어나자 담합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입찰 담합 초기엔 4개사 관계자가 사무실에 모여 투찰가격과 낙찰자, 입찰물량 등을 사전 협의했으나 이후엔 SNS 메시지를 통해 담합에 나섰다. 그 결과 4개사는 실질적인 경쟁 없이 합의된 물량만큼 안정적으로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철강산업과 관계된 합금철 시장에서 약 10년 동안 은밀히 지속돼 온 담합을 적발했다”며 “이번 조치는 철강산업의 합리적인 가격 형성과 합금철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금철업계는 “공정위 처분이 과도하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세한 국내 합금철 업체들은 대형 철강사의 최저가 입찰 방식 등에 따라 생산원가 이하로 합금철을 공급해 왔다”며 “철강사들도 10년 동안 합금철 업체들의 사전 협의를 알면서도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묵인해 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합금철 업체들의 관련 수익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매출을 근거로 부과한 과징금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021년 기준으로 DB메탈 매출은 5146억원, 심팩은 4909억원, 동일산업 4055억원, 태경산업은 124억원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사전 협의한 것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었을 뿐 시장 교란은 없었다”며 “철강업체 구매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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