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지난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된 지 280여 일 만이자 전날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 하루 만이다. 이른바 ‘김장연대’의 핵심 두 명이 모두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 내 정치 지형이 요동칠 전망이다.
그는 “많은 분이 만류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反求諸己: 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제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제 몫”이라며 “더 이상 제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우리 당 구성원 모두가 통합과 포용의 마음으로 자중자애하며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힘을 더 모았으면 좋겠다”며 “후안무치한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의회 권력을 잡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저의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인 울산 출마나 험지 출마, 불출마 등에 대해선 따로 거론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사퇴 선언에 앞서 이날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 거취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대표가 사퇴하면 다른 지도부도 함께 물러나는 것이 통례였다는 점이 문제다. 김병민 조수진 김가람 장예찬 등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사퇴하면 비상상황이 돼 지도체제는 비대위로 전환된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혁신 요구에 적극 부응한다는 점에서도 가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총선까지 4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은 변수다. 새로 비대위를 구성할 때까지 보름 안팎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총선을 앞두고 적지 않은 시간의 당 지도부 공백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윤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당의 무게중심을 공천관리위원회와 선거대책위원회로 옮겨가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공천과 관련한 업무는 공관위가 전적으로 결정하고 윤 원내대표는 이를 추인하기만 하면 된다. 선대위가 꾸려진 이후에는 당이 선대위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여권 일각에선 총선이 아직 4개월이나 남았는데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이은 김 대표의 대표직 용퇴 결단 시점이 지나치게 빨랐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이달 말 야당의 ‘쌍특검법’(대장동 50억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처리가 예고돼 있어 여론 흐름이 바뀔 수 있고, 여야 모두에서 신당 창당 움직임이 있는 만큼 정치 지형이 대폭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유권자들은 어차피 일찌감치 혁신한 것은 기억 못하고 당장의 이슈에만 주목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노경목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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