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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EV) 업체 테슬라가 자사 차량에 적용된 주행 보조 기능 ‘오토파일럿’의 시스템 결함을 고치기 위해 전 모델에 걸쳐 약 200만 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에 생긴 결함을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테슬라 200만 대 리콜 결정
13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2012년 10월 5일부터 2023년 12월 7일 사이 생산돼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차량을 전부 무상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테슬라는 이날 리콜 공지문에서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운전자 부주의를 방지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충돌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테슬라는 2012~2023년 생산된 모델 S를 비롯해 2016~2023년 제조된 모델 X, 2017~2023년 생산된 모델 3, 2020~2023년 생산된 모델 Y 등을 리콜 대상으로 지정했다. 총 203만 대로 추산된다. 사실상 테슬라가 2012년부터 올해까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전부를 리콜하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전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테슬라 ‘오토파일럿’의 오용 가능성을 막을 충분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NHTSA는 오토파일럿 기능이 작동한 테슬라 차량이 응급 차량과 충돌하는 등 오작동 사건이 1000여 건에 육박하자 2021년부터 2년간 조사를 벌여왔다.
NHTSA는 성명서를 통해 “조사 결과 차량에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장치가 불충분해 오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자율주행 기술은 책임 있게 작동될 때에만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잇따른 리콜에도 주가 선방
앞서 테슬라는 올 2월에도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해 차량 36만2700여 대에 대한 리콜을 실시했다. 일부 교차로에서 운전자가 손쓰기 전에 FSD 시스템이 교통법규를 위반할 수 있다는 게 리콜 사유였다. 당시에도 NHTSA는 FSD 때문에 △회전 전용 차선에서 차량이 직진 주행하거나 △정지 표시 앞에서 완전히 정지하지 않고 △노란불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를 지나가는 경우가 잦았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올해 두 차례에 걸친 리콜 사태에도 테슬라 주가가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완성차업체와 달리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결함을 보완하고 있어서다.
테슬라는 2012년 업계 최초로 상용화한 ‘OTA(Over the Air)’라는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해 ‘원격 리콜’을 시행한다. 스마트폰처럼 무선 업데이트로 리콜을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정비소나 공장에 들르지 않아도 2~3일간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리콜받을 수 있다. 테슬라로선 소비자 불만도 완화하고, 비용도 절감하는 셈이다. 2월에도 테슬라는 이 방식을 통해 주가 하락을 방어한 바 있다.
미국 투자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리콜 규모가 200만 대로 크지만 테슬라 주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공포에 질릴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개장 전 거래에서 전날 종가 대비 1.6% 하락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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