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주범 지목된 양계장의 '머니볼', 100건 넘게 줄소송

입력 2023-12-14 08:56   수정 2023-12-14 09:08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육류업계의 '머니볼'로 불리는 데이터제공업체 아그리스탯츠가 독점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법적 분쟁의 중심에 섰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그리스탯츠는 2016년부터 월마트와 맥도날드, 미국 식품 유통업체 크로거, 농산물 중개업체 카길 등으로부터 100건이 넘는 소송을 당했다.

1985년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립된 아그리스탯츠는 육가공업체에 통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통계 기법을 활용해 메이저리그 만년 하위팀 오클랜드 애틀래틱스를 20연승시킨 단장 빌리 빈을 다룬 영화 '머니볼'에 빗대 육류업계의 머니볼로 불린다. 한 양계업체는 수도료 등 고정비용이 너무 높고 닭 가공 과정에서 남는 살이 너무 많다는 아그리스탯츠의 조언을 수용한 결과 연간 2000만달러(약 260억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애그리스탯츠는 고객사들에게 육류 사육·도축·가공 및 판매 등에 대한 데이터를 망라한 6종의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 권에 500페이지가 넘기도 한다. 이 보고서를 받아보려는 기업은 연간 100만달러 이상을 지불하고 자사 데이터를 아그리스탯츠에 제공해야 한다. 한때 미국 닭고기 산업의 97%, 돼지고기 가공업체 80%가 아그리스탯츠의 보고서를 받아보기도 했다.

아그리스탯츠가 여러 기업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은 일부 육가공업체가 아그리스탯츠의 정보를 이용해 경쟁사 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하고 높은 수익을 유지한다는 이유에서다. 원고 측은 아그리스탯츠가 제공하는 산란계(달걀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닭) 수 등 데이터를 통해 타사의 미래 생산량을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닭고기 소비자를 대변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변호사 브라이언 클라크는 "그들(육가공업체)은 아그리스탯츠를 통해 서로를 감시했다"라며 "이러한 가격 인하는 기록적인 수익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아그리스탯츠의 보고서에는 공장 이름이나 위치가 표기돼있지 않다. 다만 원고 측은 보고서에 나온 정보를 개별 기업의 분기별 증권신고서 등 서류와 교차분석하면 어떤 기업인지 식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그리스탯츠는 "보고서가 회사의 이전 한 달 또는 한 주의 활동을 자세히 설명하지만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보여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10년 전에도 주 정부가 아그리스탯츠를 조사했지만 기소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 보고서가 바뀐 건 없다는 입장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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