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국민커피'로 불리는 팀홀튼 국내 1호점이 문을 연 14일 오전 8시50분. 매장 앞 대기열 가장 앞에 선 심재호씨는 이 같이 말하며 웃음지었다. 개점 시각인 오전 10시까지 한 시간 넘게 남았지만 매장 앞에는 110여 명이 몰려 발디딜틈이 없었다. 춥고 비오는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대기열은 결국 매장 밖으로 길게 늘어섰다. 개점이 가까워지자 대기 인원은 200여 명으로 불어났다.
1964년 설립된 팀홀튼은 '캐나다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로 불린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해외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행, 유학 등을 통해 맛본 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이날 매장 앞에서 줄을 선 사람들은 팀홀튼을 미리 접한 경우가 많았다.
대기열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한 김봉수씨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1주일에 닷새는 팀홀튼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경기도 오산에서 출발해 어제 밤 11시에 도착했다"며 "캐나다에서는 스타벅스에 비해 저렴해 주머니 형편이 어려운 유학생이 다들 좋아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 16개국에 57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팀홀튼은 아시아 지역 일곱번째 진출국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팀홀튼은 커피 메뉴 46종과 푸드메뉴 22종 등 90종의 메뉴를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브루 커피에 달콤한 맛을 더한 ‘더블더블', 커피 원액과 얼음을 곱게 간 달콤한 맛의 ‘아이스캡', 프렌치바닐라와 우유가 어우러진 풍미의 ‘프렌치바닐라', 한국시장을 위해 새로 개발한 '메이플 라떼'다. 여기에 시그니처 도넛과 파니니그릴을 사용해 갓 만든 샌드위치인 ‘멜트 샌드위치'를 선보인다.
주요 제품 가격은 미디엄사이즈 기준 브루 커피 3900원, 아메리카노 4000원, 카페라테 4600원이다. 이는 스타벅스 등 국내 영업 중인 주요 커피 브랜드 가격과 비교하면 78~93%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캐나다 현지 판매 가격과 비교하면 브루 커피는 두 배 수준이고, 아메리카노의 경우 60%가량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일부 소비자 사이에선 가격에 대한 불만도 흘러나왔다. 김씨는 "한국 가격을 같은 메뉴 기준 스타벅스보다 1000~2000원 저렴하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매장이 문을 열기 한 시간 전부터 '고향의 맛'을 찾아온 캐나다인 니나씨는 팀홀튼에 대해 "현지보다 가격이 좀 비싸긴 한데 합리적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BKR은 시장 상황과 고객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책정한 가격이란 입장이다. 황미연 BKR 전무는 "주요 메이저 브랜드, 다른 국가의 팀홀튼 가격과 비교해도 합리적인 수준"이라며 "신규 브랜드인 만큼 차별화된 공간, 실용적 가치를 제공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신했다.
팀홀튼은 현재 전 세계 16개국에 57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에 이은 아시아 일곱번째 진출 국가다. 버거킹, 파파이스 등을 운영하는 외식기업 RBI(Restaurant Brands International) 산하 브랜드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버거킹을 운영하는 BKR이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 직영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커피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의 커피산업 성장세가 꾸준하자 글로벌 브랜드의 데뷔가 이어지고 있다.
팀홀튼은 이날 1호점 개점에 이어 같은달 28일에는 2호점인 '선릉역점'을 연다. 적극적인 점포 확대 전략을 펼쳐 5년 내 150개 이상의 매장을 연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라파엘 오도리지 RBI그룹 아시아태평양(APAC)지역 사장은 "한국(커피 시장)은 경쟁이 심한 시장이지만 그만큼 많은 수요가 있고 역동적인 시장"이라며 "국내 고객을 심층조사한 결과, 고객이 새로운 브랜드를 찾고 있고 시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 커피 역시 연내 국내 1호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인텔리젠시아 커피는 미국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여행객들이 일부러 방문하는 카페로 유명하다.
2019년 국내에 들어선 블루보틀과 함께 미 서부 3대 커피로 불리는 피츠커피 역시 한국에 상표를 출원하고 진출을 검토 중인 상황으로 전해졌다.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이 1999년 한국에 진출한 스타벅스를 기점으로 고성장한 결과로 보인다. 국내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는 스타벅스(SCK컴퍼니)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9.6% 늘어난 1조3899억원에 달했다.
'식후 커피 한 잔'이 보편화하면서 한국 커피산업은 꾸준히 성장세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수입액은 13억달러로 전년보다 42.4% 증가했고, 수입량은 20만t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커피시장 규모(매출 기준)는 2021년 기준 3조1168억원으로, 2018년부터 연평균 6.6% 성장했다. 특히 2021년 볶은커피와 액상커피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각각 50.3%, 6.7% 성장했다.
실제로 한국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아시아 1위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한국인 한 명이 마신 커피는 400잔이 넘는 것으로 추정돼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평균 한잔 이상을 마시는 셈으로 세계 평균 수준(152.7잔)의 두배를 웃도는 수치다.
다만 국내 커피시장의 경쟁이 격화된 만큼 국내 상륙 브랜드의 성패는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세계 어느나라보다 까다롭기로 정평이 났다"며 "소비자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서울의 커피·음료 점포 수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2만3235개로 지난해 1분기보다 1886개(8.8%) 늘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분기 말 1만7637개와 비교하면 5598개(31.7%)나 급증한 수치다.
10곳 중 7곳이 프랜차이즈 간판을 달지 않은 독립 카페였다. 독립 카페는 1년 사이 1673개(10.8%)나 늘어나 프랜차이즈 점포 증가 속도(213개·점포 증가율 3.64%)를 앞질렀다. 코로나 19 사태 전과 비교하면 프랜차이즈 점포(972개·19.1%)보다 독립 카페(4626개·36.9%)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오정민/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