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먹는 낙태약' 금지되나…보수 공화당 역풍 우려

입력 2023-12-14 15:21   수정 2023-12-14 15:25


먹는 낙태약 판매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문제를 미국 연방대법원이 본격 검토한다. 미 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성향 법관이 대거 임명된 여파로, 지난해 여성 낙태권을 보장한 기존 판례를 폐기하는 등 급격히 방향타를 틀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낙태약 규제 판결이 나오면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공화당 대선 후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날 경구용 낙태약 판매 규제 사건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제5 연방항소법원의 낙태약 규제 판결에 대한 최종심이다. 뉴올리언스 항소법원은 지난 8월 낙태 약물인 미페프리스톤의 원격 처방 및 우편 배송을 금지하고 사용 기간을 임신 '10주 이내'에서 '7주 이내'로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 법무부와 약품 제조사 댄코 래보라토리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대법원이 본안 심리를 하기로 한 것이다. 미페프리스톤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2000년 허가한 이후 주기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았고, 지금은 의사를 만나지 않고도 처방 받을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이뤄지는 낙태의 절반가량이 이들 약물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법원은 조만간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며, 판결은 대선 레이스가 한창인 내년 6월 말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6월 미국 대법원은 임신 24주 이전까지의 낙태권을 보장해 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법원 판결 이후 공화당이 집권한 텍사스주 등에서 잇따라 낙태를 규제했다. 그 여파로 같은 해 11월 치러진 중간 선거에서 여성과 진보 성향 표심이 민주당으로 쏠리며 공화당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기도 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2021년 '1·6 의회 난입사태' 가담자들에 대한 연방법상 업무방해죄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수 백 명의 폭동 관련자뿐 아니라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루돼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관련해 투표 방해 등 4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재임 시 면책 특권을 내세워 법정 절차를 모두 보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재판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내년 6월 말이나 돼야 대법원 결정이 나오는 만큼 특검 일정에 지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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