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모양이 안 나왔으니 전량 폐기할게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디저트 전문점 중 일부가 자신들이 만든 디저트가 "마음에 안 든다"며 폐기하고, 이를 인증하는 영상이나 사진 등을 게시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논란 중인 가게 음식물 폐기 게시물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논란이라는 게시물' 등의 제목으로 식재료를 전량 폐기하는 모습을 공개한 가게들을 고발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소금빵 반죽 100개 폐기'라며 25만원에 달하는 빵 반죽을 버리는 모습이 담기는 영상을 비롯해, '내가 원하는 식감이 아니니 아깝지만 모두 쓰레기통으로'라는 말과 함께 쓰레기통에 음식물이 버려진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이들 영상은 해당 가게 점주가 직접 올린 것. 원하는 맛과 모양, 식감 등이 본인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폐기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를 본 몇몇은 "장인정신이 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 "그만큼 신중하게 먹을거리를 내놓는다는 생각에 더 호감이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가게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멀쩡한 음식물을 버리는 모습을 올리는 게 거부감이 든다"며 "상해서 못 먹는 것도 아니고, 낭비라고 생각한다"면서 반감도 적지 않다.
"결국 저렇게 버려지는 음식은 곧 환경오염으로 번지는데 음식에 대한 고집이 멋지다고 말할 일인지 궁금하다"며 "내가 사 먹는 음식이 실패한 음식이라며 다 버려지고, 음식물 쓰레기를 엄청나게 만들어서 나온 음식이라면 내 입장에선 사 먹기 찝찝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기부하거나 서비스로 낼 수 있는데 왜 버리냐", "환경 오염이 걱정된다" 등 부정적 반응을 내비쳤다.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영상을 올린 업주들은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이다. 관련 영상을 게재한 한 푸딩 전문점 업주는 "우리 가게는 같은 음식을 내기 위해 매번 테스트하고 원하는 맛의 푸딩이 나오지 않으면 모두 버리고 다시 만들어 우리 모두의 가치와 자존심을 지킨다"며 "청결 매뉴얼이 150쪽이 넘고 더 나은 방법을 매번 고민한다"고 말했다.
마들렌 등 디저트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장의 대표도 "(버려진 디저트는) 겉보기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과 입안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차이를 도저히 묵인할 수 없다"며 "반죽에 들인 시간과 에너지, 치솟는 재료비를 생각하면 손이 덜덜 떨리지만 그래도 과감히 버렸다. 작은 이익을 바라다 큰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런 행위를 좋지 않게 바라보는 동종업자들도 있었다. 경기 성남 분당에서 디저트를 판매 중인 업주 A씨(27)는 "저런 영상을 올리는 건 같은 업계지만 이해가 안 간다. 굳이 저걸 다 버려야 하나 싶다"며 "본인이 원하는 퀄리티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버리는 것이라면 그냥 기부하든지, 아니면 지인들에게 나눠주든지, 손님들에게 테스트 주인데 한번 드셔보라고 나눠주든지 하는 방법이 낫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다른 디저트 업계 관계자도 "아마 폐기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리는 걸 본인 가게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팔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인데, 차라리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모양이 잘 나오지 않은 디저트를 하나 더 얹어주는 수단으로 활용하면, 소비자들이 보기에도, 환경 측면으로도, 더 나은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6월부터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되면서 커피 및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의 음식물폐기물 처리 부담이 줄어든 것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카페 등의 업장이 음식물 발생 억제 및 처리계획 신고 등 의무대상에서 제외돼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사무총장은 "업주들이 장인정신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음식물 폐기물을 대량 생산해내는 영상을 광고 수단을 활용하는 것은 환경적,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할 때"라며 "소비자들이 단순히 음식의 맛과 품질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걸 생산해내는 가게들이 친환경적인지도 따지는 시대가 온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에는 '못난이 과일'처럼 팔리지 않고 버려지는 과일도 일부러 찾아서 소비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기 때문에, 업주들이 추구하는 가치만을 강조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행위는 오래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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