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최근 라면의 구매 습관을 바꾸기 위한 파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였다. 어떤 브랜드건 상관없이 9900원에 소비자 마음대로 3개(4~5개입 기준)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고가 라면 3대장을 한꺼번에 사도 9900원이다. 이 경우 할인율은 50.8%다.
5000원 이상 고가 라면 매출 비중이 평소 5% 수준에서 행사 기간 35% 수준까지 증가한 점도 이례적이다. ‘더미식’이라는 브랜드로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하림의 김홍국 회장이 최근 더미식 라면 판매 증가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었던 셈이다.
이마트의 이번 할인 마케팅은 기존의 행사 공식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 대형마트의 할인 행사는 ‘2+1’이다. 특정 브랜드를 2개 이상 사면 하나를 공짜로 주는 마케팅이다. 소비자로선 다량 구매의 대가로 50% 할인율을 적용받는 구조다.
이마트가 1993년 창동에 1호점을 연 이래 30년간 지속된 마케팅 기법이다. ‘2+1’ 마케팅은 대상과 방식 모두 공급자인 이마트가 결정한다. 이 같은 할인 방식의 최대 수혜자는 신라면과 진라면 등 평소 잘 팔리는 상품이다.
쇼핑 트렌드를 이끌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마트는 내년 초 해외 기업과 콜라보(협업)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주류를 포함한 식음료 분야의 협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납품 제조사와의 협업이 이마트의 최대 경쟁력”이라며 “국내외 주요 기업과 손잡고 이마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을 계속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본원 경쟁력 회복’을 내걸고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을 통합한 상품 조달 조직을 신설했다. 일각에선 쿠팡처럼 이마트가 식음료 대기업 등 납품사와의 단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쿠팡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라면 행사에 적용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납품 가격에 대한 압박 없이 소비자 선택을 통해, 라면 제조사들을 경쟁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9900원 행사가 끝난 이후(4~12)에도 평소 안 팔리던 브랜드의 라면이 계속 잘 나갔다. 상위 5개 품목을 제외한 라면 브랜드의 매출 비중이 60%로 행사 이전(53%)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박은혜 이마트 라면 바이어는 “다양한 브랜드 제품이 팔리면서 이마트의 라면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다시 한번 9900원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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