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첫 주자였던 티이엠씨. 패기롭게 IPO 시장의 포문을 열었지만, 결과는 흥행 참패였다. 일반 청약에서 공모주 미달 사태가 발생하면서다. 약 3년 만에 나타난 공모주 미달 사태는 당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인공지능(AI) 관련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 기대감 속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았다. 상장(1월 19일) 이래 이 회사 주가는 67%가량 뛰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티이엠씨의 전일 종가는 4만6650원이었다. 올해 고점은 6만1800원. 반도체 감산 기조 장기화로 실적이 역성장하면서 고점 이후 주가가 하락했지만, 최근 다시 반등하고 있다. 이달에만 주가는 17% 올랐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2만8000원)대비 66.6% 높은 상태다.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2984억원에서 4957억원으로 2000억원가량 불었다.
티이엠씨는 반도체 공정용 특수가스 제조업체다. 최근 반도체 공정이 복잡해지고, 미세화하면서 특수가스 사용처가 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전쟁 발발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국산 특수가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티이엠씨로 그 온기가 전해지고 있다. 티이엠씨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희귀가스 공급망을 수직계열화했다. 일본 미쓰비시와 프랑스 에어리퀴드만 생산 가능했던 '디보란'이라는 특수가스를 국산화한 업체이기도 하다.
티이엠씨는 상장 준비 때까지만 해도 개인과 기관투자자 모두에 외면받은 공모주였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 참패했고, 결국 공모가를 희망밴드(3만2000~3만8000원) 최하단보다 낮은 가격(2만8000원)에 확정했다. 위기를 느낀 회사는 공모 규모마저 줄였지만, 일반 청약에서도 미달 사태가 났다. 공모주 청약이 미달난 건 2019년 7월 코윈테크 이후 3년 6개월 만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작년말 내내 이어진 증시 부진에 반도체 업황 침체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쪼그라든 상태였다. 이 와중에 밸류에이션(평가가치) 고평가 지적까지 나오면서 투자 부담은 커졌다.
하지만 상장 이후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과잉 재고 해소를 위한 고객사 감산 영향으로 실적 우려가 불거졌지만, 주가는 폭등했다. 생성형 AI ‘챗GPT’가 촉발한 반도체 열풍 수혜를 받았기 때문이다. 저가 매력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가격 부담이 낮아지자 티이엠씨의 기술력과 성장성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리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주가는 최고 6만1800원(장중 기준·6월 20일)으로 치솟았다. 상장 5개월 만에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121%에 달했다.
특히 국민연금, 포스코, 삼성 등 기관 큰 손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국민연금은 올 6월 티이엠씨 지분 80만5143주를 취득해 지분율을 7.58%로 늘렸다. 9월, 12월에도 추가 지분을 매입해 지분율을 10.19%(주식 수 108만2326주)까지 높였다. 포스코와 삼성은 연초 지분을 매입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각각의 지분율은 포스코 GEM 1호 펀드 9.54%, 삼성벤처투자(에스브이아이씨52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8.32%다. 12월 들어서도 기관투자자가 주로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지만, 실적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올 2분기부터 실적이 악화했다. 6만원대 고점 기록 후 주가는 3만원대로 낮아졌다.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매출은 1447억원, 영업이익은 2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49% 각각 줄었다. 과잉 재고 해소를 위한 고객사 감산 폭 확대가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했던 희귀가스 가격이 정상화(하락)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앞으로의 실적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희귀가스 가격은 지난 9월을 기점으로 하향 안정화된 것으로 파악되며, 추가 하락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고객사들의 라인 가동률 정상화에 따른 실적 반등 시점에 주목할 때"라며 "최근 장기화가 예상됐던 낸드 감산 일정이 단축될 가능성이 확인됐고, 일정이 현실화 될 경우 티이엠씨의 실적의 반등 시점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내년 2분기부터 매출 증가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티이엠씨 관계자는 "반도체 특수가스는 소모성 제품이기 때문에 고객사의 가동률이 올라갈수록 매출이 정비례 증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스 매출 비중이 디램보다 낸드가 더 높기 때문에 낸드의 감산이 빠르게 풀려야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내년 2분기 이후에는 체감될 정도로 매출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지난달 말 인수를 완료한 오션브릿지 연결 편입으로 실적 반등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오션브릿지는 반도체·2차전지 소재·장비회사다. 반도체 증착용 소재인 전구체를 제조하며, 전구체 외에도 반도체 제조기업이 특수가스, 화학소재를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데 필요한 공급장치를 만들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오션브릿지 실적을 반영한 티이엠씨이 내년 연결 매출은 3532억원, 영업이익은 616억원으로 올해 대비 106%, 12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회사는 편중된 매출 비중을 고르게 맞추려는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삼성전자와 거래를 텄다. 같은해 TSMC, 인텔 등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티이엠씨의 주력 고객사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매출 비중은 SK하이닉스 49.4%, 삼성전자 37.5% 순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 비중이 50.57%, 삼성전자가 30.97%였지만, 격차가 좁혀졌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해외 복수의 기업과의 매출 발생 관련 긍정적인 대화가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반도체 등 공정에서 나오는 희귀가스 '폐가스 재활용 사업'도 추진 중이다. 티이엠씨 관계자는 "고객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 강화 기조에 따라 사업 확대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기술적인 준비는 완료됐지만, 고객사와 티이엠씨 모두 인프라 투자, 인허가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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