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노인 가구의 소득이 처음으로 20대 청년 가구를 추월했다. 60대는 일하는 ‘젊은 노인’들이 늘고 임대료 등 재산소득이 불어난 반면 20대는 주 수입원인 근로소득이 거의 늘지 않으면서다. 2008년까지도 30대보다도 결혼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20대들의 생각은 10여년만에 정반대로 바뀌었다. 20대 남녀 10명 중 7명이 “꼭 결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고, 결혼하지 않는 이유론 절반 가량이 ‘경제적 이유’를 들었다.
4년 전인 2018년까지도 20대 가구의 연 소득은 3363만원으로 60대(2604만원)를 압도했다. 하지만 매년 격차가 빠르게 줄며 2021년 역전됐다. 같은 기간 전 연령대 가구 소득은 4567만원에서 5022만원으로 증가했다. 60대 이상의 증가율이 22.5%로 가장 높았고 30~50대도 각각 10%대의 증가율을 보였다. 소득이 감소한 연령대는 20대 이하(-7.4%)가 유일하다.
20대의 소득이 60대에 추월당한 원인은 전체 소득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근로소득과 재산소득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대 가구의 경우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근로소득의 증가율이 2.9%로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반면 60대 이상은 근로소득 증가율이 18.1%로 가장 높았다.
보유한 재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동산 임대수입, 예금 이자, 주식 배당금 등 재산 소득에선 완전히 방향이 엇갈렸다. 20대는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재산소득이 12.2% 감소한 반면 60대의 재산소득은 15.4% 증가했다. 2021년 기준 전체 가구의 소득 중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64.3%, 재산소득은 6.6%로 둘을 합치면 70%가 넘는다.
이 같은 현상은 60대 젊은 노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고용 시장과 무관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432만4000명이던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2021년 540만6000명으로 늘었고, 올해 11월 기준으론 648만명으로 5년만에 200만명이 넘게 늘었다. 반면 20대(20~29세) 취업자는 2018년 369만9000명에서 올해 11월 371만8000명으로 거의 늘지 않았다.
연간 출생아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60대에 접어들면서 노인의 숫자 자체도 늘어났을 뿐 20대가 기피하는 제조업 및 돌봄 등 일자리를 60대가 채우면서 핵심 수입원인 근로소득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부채 보유액 증가율은 20대가 93.5%로 가장 높았다. 20대 이하 가구의 부채는 2018년 2591만원에서 2022년 5014만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를 갖고 있는 20대 가구의 비율도 50.8%에서 60.4%로 4년만에 9.6%포인트 상승했다. 30대 가구 역시 같은 기간 부채 보유액이 8088만원에서 1억1307만원으로 39.8% 증가했다.
2020년 전후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코로나19를 계기로 주식 시장이 폭등하면서 2030세대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대 이하 가구의 자산은 2018년 9892만원에서 2022년 1억3498만원으로 36.5%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 기준 20대 이하 가구가 보유한 금융자산 중 70.1%가 전월세 보증금이었다. 이 비중은 30대는 53.7%, 40대는 34%, 50대는 22.2%, 60대는 17.8%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떨어졌다. 20대가 가진 금융자산은 대부분 주거를 위한 보증금에 묶여 있었다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이자나 배당 등 수익의 여지가 높아진다는 뜻으로, 20대와 60대의 재산소득의 증감이 엇갈린 이유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2022년에 이 비중은 남성 20대는 41.9%, 30대는 48.7%로 낮아졌다. 여성은 20대 27.5%, 30대 31.8%로 폭락했다. 통상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는데, 여성 10명 중 7명이 결혼에 부정적이란 뜻이다. 한때 30대에 비해 결혼에 대해 더 긍정적이었던 20대가 현재는 더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 것도 특징이다.
반대로 20~30대의 독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2015년 39.1%에서 2020년 47.7%로 증가했다. 무자녀에 대한 인식도 2015년에는 27.7%만이 긍정적이었으나 2020년에는 44.1%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결혼을 꺼리게 되는 이유로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컸다. 2022년 기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가 ‘결혼자금 부족’이라 답한 비율은 20대 32.7%, 30대 33.7%로 가장 높았다. 직업,고용상태 불안정 등을 포함한 경제적 이유도 각각 10.6%, 9.1%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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