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검색량이 폭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앞서는 날이 최근 한 달 동안 3번이나 나왔다. 과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했을 당시에도 이러한 일이 있었다. 경제 관련 인사들이 정치권 인사에 대한 관심을 압도하는 배경엔 경기 불안이 꼽히고 있다. 경제 회복에 대한 대중들의 열망이 검색 결과에 반영된 것이 아니겠냐는 풀이가 나온다.
지난달 17일에는 이 회장 검색량은 100, 18일에는 69를 기록하며 정치권 주요 인사보다 많았다. 이때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50 아래를 기록했을 정도로 이 회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당시 검찰이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관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이 검찰에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하면서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
예상보다 구형이 셌다고 당혹스러움을 나타낸 것은 삼성뿐이 아니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이 회장 관련 뉴스에는 "이제 이재용 회장 좀 가만 내버려 둬라", "국가 경제를 위해 이재용 회장을 놔둬라" 등 검찰을 향해 비판적인 어조의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다.
가장 최근에는 윤 대통령이 지난 6일 재벌 총수들과 함께 부산 깡통시장 방문했을 당시 이 회장의 '먹방'이 유독 이목을 끌면서 정치권 주요 인사들의 검색량을 제친 것이다. 이 회장 외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이 함께 했으나 이들 재벌 총수들의 검색량은 같은 기간 5 안팎에 그쳤다. 당시 현장에서는 유세 현장을 방불케 하듯 '이재용'을 외치는 시민들에게 이 회장이 다가가 '쉿' 동작을 취해 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 회장 관련 보도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들은 삼성전자 응원 글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이재용이 대선 후보", "경제 대통령"이라는 댓글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를 두고 경제 회복에 대한 염원이 이 회장에 대한 관심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했을 당시에도 그의 검색량이 정치권 주요 인사들을 제친 바 있다. 당시에도 경제 위기 고조 속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업무협약(MOU)을 계기로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 탓이 컸다.
특히나 최근에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후 경제 활력에 대한 기대감이 상실감으로 바뀐 상태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위축 등 경기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경제가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모여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공헌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삼성전자의 국가 경제 공헌도는 1위로, 가치 및 일자리 창출 등 영역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해왔다. 윤 대통령이 부산 깡통시장으로 가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최근 네덜란드 '반도체 순방' 등 세일즈 외교에 나서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갤럽 기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수주째 30%대 초반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부정 평가는 60%를 웃돌고 있다.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 이유 1위로는 '경제·민생·물가'가 10주째 1위를 달리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민심이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12월 1주차 전국지표조사(NBS,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에서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물은 결과, 긍정 평가가 가장 낮았던 것은 '물가 안정,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정책'으로 27%만이 긍정 평가했다. 부정 평가는 69%로 다른 정책에 비해 가장 높았다. 과거 조사와 비교해 긍정 평가는 가장 낮고, 부정 평가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국회에 대한 실망감은 더 큰 상황이다. 민생이 어려운데 여야가 내부 갈등, 교통 정리에만 골머리를 앓으면서 민생 법안 등은 등한시하면서다. 현재 21대 국회에서 현재 계류 중인 법안만 1만7000건에 육박한다.
최근 NBS 조사에서 가장 불신하는 국가기관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로 지목됐다. 신뢰하는 비율은 15%, 불신하는 비율은 80%를 넘어 다른 국가기관과 비교도 안 되게 신뢰도는 낮고 불신은 높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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