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전속계약 건은 아직 논의 중입니다. 확정되면 공시하겠습니다."
올해 여름부터 끌어오던 걸그룹 블랙핑크 완전체 활동을 알렸던 날, YG엔터테인먼트의 설명이었다. 지수, 제니, 리사, 로제 등 4명으로 구성된 블랙핑크 완전체 활동은 YG엔터테인먼트와 진행하는 것이 합의됐지만, 개인 활동과 관련한 전속계약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임을 전한 것.
K팝 아이돌 그룹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각각 개인 활동도 활발해지면서 재계약 시즌이 되면 '팀' 계약과 '개인' 계약을 달리 맺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팀은 같이, 활동은 따로" 하겠다는 것.
올해 SM엔터테인먼트와 팀 활동과 관련해 재계약을 체결한 그룹 엑소의 경우에도 멤버 디오(본명 도경수)는 SM엔터테인먼트 출신 매니저가 설립한 신생 회사인 컴퍼니수수로 이적해 개인 활동을 하고, 백현, 시우민, 첸 역시 백현이 세운 별도의 법인을 통해 활동할 수 있도록 SM엔터테인먼트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비투비는 지난달 11년 동안 이어온 큐브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종료하고 여섯 멤버가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매니지먼트사를 신중하게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멤버 이창섭은 판타지오와 개인 활동 계약을 체결했다. 이창섭은 독자적으로도 웹 예능 '전과자' 등을 진행하고 있고,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창섭의 경우 비투비 활동을 제외한 개인 활동은 판타지오를 통해 진행하게 됐다.
한 관계자는 "개인으로 할 때보다 팀으로 할 때 무조건 더 폭발력이 크다"며 "음반이나 콘서트 등 매출도, 팬덤의 응집력도 더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으로 계약할 때 계약금 계산 기준도 이들이 완전체로 앨범을 발매했을 때 얼마만큼 팔았는지를 기준으로 한다"며 "함께 뭉쳤을 때 계약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걸 멤버들도 안다"고 귀띔했다.
그런데도 재계약 시즌이 되면 멤버들이 뿔뿔이 찢어지는 건 "개별 활동에 대한 욕심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연기, 예능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멤버들이 늘면서 개인 활동을 전문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매니지먼트사를 찾고 싶다는 멤버 개개인의 욕구도 커진 상태다. 현재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의 간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수지, 한선화, 박진영, 안소희 등도 모두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해 연기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예능계 블루칩'으로 불리며 방송인 유재석이 이끄는 안테나엔터테인먼트에 입성한 미주 역시 걸그룹 러블리즈 출신이다.
더욱이 매출 규모가 큰 가요 전문 매니지먼트사가 아닌 경우, 대형 한류스타의 몸값을 맞추긴 "쉽지 않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그뿐만 아니라 몇몇 대형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는 "노(No) 계약금"을 내걸기도 한다. 몇몇 아이돌 출신들이 소속된 배우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걸 감수하고 연기자로서 커리어를 위해 우리 회사를 택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배우를 전문으로하는 회사에서도 팬미팅은 물론 음반 발매, 콘서트 등의 개인 활동을 서포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곳도 늘고 있다.
배우 조진웅, 이하늬 등이 소속된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인 사람엔터테인먼트 소속 엄정화는 최근 성황리에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소녀시대 멤버 수영 역시 사람엔터테인먼트와 개인 활동 전속 계약을 맺었고, 작품 활동 뿐 아니라 아시아 팬미팅 투어까지 진행했다. 소녀시대의 또 다른 멤버 서현이 개인 활동 계약을 맺은 나무엑터스 역시 서현 뿐 아니라 박은빈, 송강 등 소속 배우들의 팬미팅을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진행해오고 있다.
한 매니지먼트 고위 관계자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작품이 공개되는 플랫폼이 늘면서 해외에서의 인기, 인지도가 출연료와도 직결된다"며 "예전보다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더 많이 고민하고 있고, 직원들도 배우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변했다. 아이돌의 그것들을 많이 보고 가져오다보니, 아이돌 출신들이 와도 그들이 원하는 활동들을 무리없이 지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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