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2주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한 줄로 요약한 표현이다. 이번 COP28은 개막 전부터 유독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전 세계 약 200개국이 기후위기의 해법을 논하는 행사를 주요 산유국인 두바이에서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란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의장을 맡은 술탄 알 자베르가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 애드녹 사장이라는 점도 기후론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석유업계의 로비전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COP28에서 ‘화석연료의 퇴출’이란 문구가 합의안에 명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집단적 움직임이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화석연료 수요는 2030년을 정점으로 꺾일 것”이라며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거론해 이들 산유국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럽 측 한 고위 협상가는 “유독 이번 회차에서 화석연료를 적극 옹호하는 세력이 부상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과거에는 조용한 저항이었다면 이제는 대놓고 더 조율된 움직임을 보였다”고 말했다.
예정된 폐막일을 하루 넘겨 겨우 도출된 최종 합의안에는 ‘아전인수’ 격 해석이 덧대졌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화석연료를 공식적으로 지목했다는 점은 기후론자들의 성과로 여겨졌다. 2년 전 COP26에서 석탄만 언급된 이후 석탄과 석유, 가스를 모두 아우르는 화석연료가 합의문에 명시된 것은 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반면 당초 기대를 모은 ‘퇴출’이라는 문구 대신 ‘전환’이 들어간 것은 석유업계가 총력 저항에 나선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갈등이 치열했다는 것은 그만큼 모두가 변화의 시작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거대 물살이 바뀌는 흐름 속에서 저마다 살 궁리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한 산유국 장관이 내게 와서 ‘우리에게 경제적 자살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며 험악했던 협상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올해는 각국 내부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됐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이 초래하는 불편함과 경제적 비용 때문에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진 것이다. 영국과 스웨덴 등은 “국민에게 탄소중립 이행 비용을 전가할 수 없다”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2024년이 주요국 선거에서 탄소중립 이슈가 본격적으로 쟁점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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