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주소지를 서울 광화문역으로 설정하고 1만8900원짜리 레귤러 사이즈 피자를 주문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배달의민족은 이달 4~31일 첫 화면에 '오오오 할인대전' 배너를 추가해 기존의 정액이 아닌 '정률'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식당을 노출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A 매장에서 피자를 주문하면 매장이 발급한 20% 할인 쿠폰을 활용해 배달비 포함 1만8725원에 피자를 먹을 수 있다.
얼핏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는 만큼 저렴하게 구입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이 할인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B 매장의 경우 '정액'(1000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배달비가 무료라 1만7900원에 주문 가능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할인 행사 배너로 주문할 수 있는 A 매장이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정작 결제 금액이 저렴한 업체는 B 매장인 셈. 같은 가격의 음식을 주문했을 때 할인 행사에 참여한 매장이 '최저가'라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정률 할인 쿠폰에 대한 불만이 높다. 한 달에 평균 4~5회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다는 20대 김모 씨는 "10% 정률 할인 쿠폰을 이용해도 최대 할인 금액 제한(상한선 2000원)이 있다. 음식값과 배달비가 이미 올라 할인받았다는 느낌이 안 든다"며 "웬만한 거리는 전화로 포장 주문을 한다. 포장하면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거나 할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들 사이에서도 정률 할인 정책은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성남에서 한식 1인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30대 손모 씨는 "정률 할인 쿠폰은 현재 100% 업주 부담"이라며 "배달앱에서 발생하는 매출에 대한 정산금은 쿠폰 할인 금액과 배달비를 제외한 뒤 약 10.7%의 주문·결제 수수료를 차감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 정률 쿠폰을 배치한다고 했을 때 2만원어치를 팔면 대략 9500원 정도가 정산된다"면서 "재료비, 공과금, 월세 등을 제하면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근무하는 인건비가 최저시급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배민의 '오오오 할인대전'에 대해 "정률 할인 도입 여부가 업주 선택이긴 하지만, 정률 할인 업체를 앱 내에서 잘 보이게끔 유도하는 건 결국 플랫폼 간 경쟁을 업주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액 할인은 1000원, 2000원 식으로 금액이 정해져 있어 마케팅 비용 예측이 가능한데 정률 할인은 원칙상 한도가 없어 그게 안 된다"고 털어놨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정률 할인을 설정한 가게들은 설정 전보다 평균 33% 주문량이 늘었고, 지난 8월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정률 할인 쿠폰이 있는 경우 소비자들이 더 많은 금액을 주문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것을 확인하고 이번 '오오오 할인대전'을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률 할인에 최대 할인 금액 상한선이 있는 것에 대해선 "사장님들에게 고객이 오인하는 가격 혜택 설정은 표시광고법과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고지했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쿠폰 설정 조건을 변동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률 할인으로 불붙은 배달앱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쿠팡이츠가 모회사 쿠팡 지원으로 와우 멤버십 회원에 한해 10% 정률 할인을 시행하자 배민도 정률 할인 정책을 내놨고, 다시 쿠팡이츠도 '사장님 셀프 정률 할인' 정책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배달앱들이 할인 정책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배달앱에서 결제한 금액을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의 지난달 결제추정금액은 1조5800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 11월(1조2200억원) 이후 가장 적은 금액이다.
배달앱 3사의 결제자 수도 감소했다. 지난달 배달앱 결제자 수는 1910만명으로 역시 2020년 12월(1875만명) 이후 3년 만의 최저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지갑이 닫힐수록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혜택이 명쾌하고 단순해야 한다"며 "복잡한 할인 정책을 제공해봤자 어차피 소비자들은 모두 손익을 따져보고 소비한다"고 짚었다. 이어 "소비자와 업주가 모두 앱을 이탈하면 결국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건 앱 사업자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앱 사업자가 다소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앱 이용자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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