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과 경기 화성시 동탄에 공동 연구소를 세우기로 했다. 두 회사는 연구소에서 최첨단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하이 NA EUV(극자외선) 노광(빛을 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작업) 장비’ 기술 개발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ASML과의 ‘기술 동맹’을 통해 반도체 장비 공급망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2일 이 회장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에서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와 ASML은 내년부터 1조원을 투입해 한국 수도권에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는 센터를 세우고 함께 운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날 이 회장과 함께 귀국한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이번 MOU의 세부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MOU에 따라 동탄에 공동 연구소를 지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ASML 엔지니어들이 공동 연구소에서 하이 NA EUV 장비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 사장은 이어 “삼성이 하이 NA EUV의 기술적 우선권을 확보했다”며 “장기적으로 D램이나 로직 반도체 공정 등에서 하이 NA EUV를 잘 쓸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경 사장은 ‘경쟁사보다 EUV 장비를 우선 확보할 수 있냐’는 질문에 “더 빨리 들여온다기보다 두 회사의 공동 연구로 삼성이 하이 NA EUV를 잘 쓸 수 있는 협력관계를 맺게 된 것”이라며 “EUV는 가장 중요한 반도체 장비 가운데 하나인 만큼 반도체 공급망 입장에서 튼튼한 우군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이 NA EUV 연간 생산능력은 10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파운드리 업체들의 장비 확보전이 치열하다. 삼성전자가 ASML과 손잡은 만큼 장비 확보와 파운드리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회사의 공동 연구소가 동탄에 설립되는 것도 눈길을 끈다. 동탄은 반도체 중소기업 4500여 개가 밀집한 곳이다. 여기에 2025년까지 ASML의 신사옥 등으로 구성된 ‘뉴 캠퍼스’도 들어선다. 주변에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도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ASML의 공동 연구소가 들어서면 동탄이 ‘반도체 생태계’ 거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14일부터 사업부문별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하고 있다. 경 사장은 오는 19일 DS부문 전략회의에 참석해 내년 반도체 사업의 밑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이 회장은 예년처럼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관련 보고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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