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장 낙서 복구에 20명 투입…문화재청 "엄정 대응"

입력 2023-12-17 13:40   수정 2023-12-17 13:55


한국 대표적인 문화유산 서울 경복궁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됐다. 문화재청은 보존 처리 전문가 등을 20명 투입해 세척 및 복구 작업에 나섰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부터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원 등에서 전문가 20명이 경복궁 담벼락을 복구하기 위해 작업에 투입됐다. 이날 작업은 경복궁 서측의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에서 함께 이뤄진다.

영추문의 좌측은 3.85m 구간, 우측은 2.4m 구간에 각각 스프레이 낙서가 있다. 박물관 주변의 경우, 좌·우측을 합쳐 38.1m에 이르는 구간이 훼손됐다.


문화재청은 화학 약품 처리, 레이저 세척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세척에 나설 계획이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스프레이 자국이 굳어 석재 표면에 스며들기 전에 작업을 마칠 수 있도록 영추문 일대와 국립고궁박물관 일대에서 동시에 작업한다. 스프레이 흔적을 지우는 데는 최소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어제 화학약품을 사용해 스프레이가 칠해진 구간을 세척했으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데다 (스프레이가) 석재에 일부 스며들어서 작업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유산 훼손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조선 왕조의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이었던 경복궁은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대표 명소다. 1963년 국가지정문화재(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됐다. 영추문의 좌·우측 부분 등 담장 전 영역도 사적 지정 범위에 포함된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사적 등 지정문화유산에 글씨, 그림 등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며, 이를 어길 시 원상 복구를 명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 '스프레이 낙서'가 어떠한 허가 없이 문화유산 보존에 심각한 영향을 준 행위로 보고 관련 법률과 처벌 기준 등을 검토 중이다. '무허가 행위 등의 죄'를 규정한 법령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지난 16일 새벽 경복궁 담장 일대에는 누군가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화 공짜' 문구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구 등을 낙서하는 일이 벌어졌다. 문화재청과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낙서를 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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