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자동차 우대를 노골화한 프랑스판 IRA는 지뢰밭으로 변해가는 글로벌 교역 환경을 대변한다. 전기차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보조금 대상을 결정했다지만 본질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글로벌 공급망 질서 재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비유럽 산업을 키우는 데 프랑스인들의 세금을 쓰지 않겠다”고 천명한 대로다.
프랑스 보조금을 받는 한국 전기차는 올해 1만1000여 대로 전체 수출에서 그리 큰 비중은 아니다. 문제는 ‘자국 이기주의’가 프랑스만의 특출난 행보이고 전기차 산업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프랑스의 조치는 ‘미국 우선주의’에 자극받은 ‘유럽 우선주의’ 부상의 한 단면일 뿐이다.
프랑스와 같은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은 유럽연합(EU)은 물론이고 여타 세계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이탈리아가 유럽산 차량 우대정책 도입을 검토 중이다. 튀르키예도 외국 전기차 업체의 진입장벽을 높여 가고 있다. 이웃 일본 역시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재생 항공연료, 그린 스틸 등 5개 전략사업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일본판 IRA’를 곧 발표한다. 일본 내 생산·판매사에 10년간 법인세를 최대 40%까지 감면해주는 게 골자다.
특히 최첨단 정보기술(IT) 산업에 미국·중국 간 ‘G2 대전’도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주에도 미국 상무부가 7나노미터 첨단반도체 탑재 화웨이폰에 강력 규제를 예고하자 중국은 ‘해외 브랜드 전자기기 금지령 확대’로 맞불을 놨다.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제2의 냉전’과 자원지도 재편에 따른 새로운 녹색 강국 부상을 내년 주요 트렌드로 지목했다. ‘자유무역 최대 수혜국’인 한국에 치명적인 도전이 될 거센 변화에 선제적이고 주도적인 대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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