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보이는 美 긴축…기술·성장株의 시간이 온다

입력 2023-12-17 18:02   수정 2023-12-26 16:41


한동안 ‘뉴 노멀’로 통했던 고금리가 점차 막을 내릴 전망이다. 금리 인하 속도와 시기에 대해선 여전히 전망이 분분하다. ‘산타랠리’가 왔다고 하지만 섹터와 종목별로 온도 차는 크다. 올 연말은 그 어느 때보다 재테크 전략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할 시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등에 투자 상품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금리 인하를 공식 시사한 이후부터다. Fed는 내년 금리 중간값을 연 4.6%로 예상했다. 현재 수준에 비해 0.75%포인트 낮다. Fed는 통상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한다. 내년엔 금리가 세 차례 인하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바이오·AI 분야 성장주 주목
Fed 통화정책의 이런 방향 전환은 미국 증시 향배만 좌우하는 게 아니다. 달러 약세는 신흥국 증시엔 호재로 작용할 때가 많다. Fed가 금리를 내리면 한국은행도 통화 정책 방향을 선회할 수밖에 없다. 통상 금리가 낮아지면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진다. 국내 증시가 이달 FOMC 이후 들썩이는 이유다.

통화 긴축이 끝나는 시기에 유망한 주식으로 바이오·기술 등 분야 성장주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성장주는 현재 매출보다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따진다. 일단 투자를 먼저 하고 나중에 결실을 거둬들이는 구조여서 외부에서 빌린 자금이 많다. 금리가 낮을수록 이자 부담이 작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가장 대표적인 업종은 바이오주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업종은 큰 매출이 발생하지 않거나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이 많다”며 “금리가 낮아질 때 가장 주가 수혜를 본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기업은 조정을 거쳤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1년 8월 주당 100만원을 넘긴 뒤 2년 이상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휴젤, 유나이티드제약 등도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이후 조정받았다.

인공지능(AI)·플랫폼 기업도 저평가된 성장주로 거론된다. 대표주자인 네이버와 카카오엔 이미 투심(투자심리)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한 달간 주가가 각각 11.33%, 13.9% 올랐다.

성장주에 대해 옥석을 가려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는 기업이 혁신을 이뤄 실질적 성장을 달성하기까지 필요한 기술적 부담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재료보다 기업 자체의 경쟁력 등을 따져 종목을 압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주도 수혜 전망
업황 회복세가 전망되는 반도체주도 금리 인하 수혜가 기대된다. AI 수요로 설비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낮아진 금리로 대규모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AI에 대한 빅테크들의 경쟁이 점점 가열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실적 전망은 올라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내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조1745억원으로 지난달(5조754억원)에 비해 1.95% 늘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1분기엔 흑자 전환해 4023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설비투자의 직접 수혜를 받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은 먼저 움직이고 있다.
리츠주로 배당·차익 기대도
금리 인하기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주도 유망 투자처로 꼽힌다. 리츠는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다. 임대료나 매각 차익 등으로 수익을 낸 뒤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부동산 매입 자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에 의존하기 때문에 금리가 내리면 그만큼 이자 비용이 줄어 수익성이 개선된다.

리츠주는 올 상반기까지 고금리 장기화에 줄곧 내리막을 탔다. 일부는 공모가(5000원) 이하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에 앞서 유망 리츠주를 사두면 주가 차익과 배당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안정화되면 리츠주 상승 여력이 높다”며 “주요 리츠는 고배당 신규 자산을 편입하고 기존 자산을 매각하는 등 배당 여력을 높이고 있어 내년 배당금 규모가 같거나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츠주를 고를 땐 투자 자산을 따져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해외 오피스 시장은 공실률이 높고, 국내 부동산 일부도 자산 가격이 회복하지 않고 있어 수익률이 저조해서다. 지난 한 달간 ESR켄달스퀘어리츠 주가는 9.24%, KB스타리츠는 8.88% 올랐다. 신한알파리츠는 5.98%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SK리츠와 이리츠코크렙 상승폭은 각각 0.75%, 0.4%에 불과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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