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 사는 안모씨(58)는 유사수신행위로 인해 수억원의 피해를 입고 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그는 차로 왕복 여섯 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거리를 수소문한 끝에 원하는 조건에 맞는 변호사를 선임했다. 안씨는 “큰 금액이 걸린 중요한 소송이라 돈을 더 내더라도 경험 많은 전문가를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로펌업계의 ‘서울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방 사건인데도 서울의 로펌과 법률사무소에 사건을 맡기는 의뢰인이 늘고 있어서다. 서울에 우수한 변호사들이 몰려 있다는 생각에서다. 서울에서 사건을 수임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고 판단한 지방 변호사들의 서울행도 점차 늘고 있다.
지방에서 사무실을 개업했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변호사도 늘고 있다. 월세 등 고정비용을 아끼려고 지방 법원 인근에 자리 잡았다가 사건 수임이 녹록지 않자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상황이다. 최근 서초동에 사무실을 개업한 한 변호사는 “직원들의 월급과 월세 등을 고려하면 한 달 고정비용이 1000만원가량 되지만 전국에서 사건이 들어올 정도로 일감이 풍부하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귀띔했다.
지방에선 신규 변호사가 취업할 수 있는 자리도 부족한 편이다. 변호사 시험 합격자는 법무법인, 법률사무소 등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6개월간 실무 수습을 받거나 변협에서 운영하는 실무 연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감이 부족한 지방에선 수습 변호사를 받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방의 초임 변호사들은 대부분 변협에서 운영하는 실무 연수를 받거나 서울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변호사들의 지방 사건 대응 능력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담당 변호사가 아무리 서면을 잘 제출했더라도 복대리인이 정작 재판에서 판사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하면 당초 기대와는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용훈/김진성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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