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당 원내대표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구성된 ‘여야 2+2 협의체’는 내년도 예산안의 분야별 증감액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R&D) 예산과 정부 특수활동비, 지역화폐 등 주요 쟁점 사업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총지출 증액은 불가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지역화폐와 R&D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사업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20일까지 합의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긴 하겠지만, 그렇게 될지는 자신이 없다”며 “아무래도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냐”고 말했다.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지난 2일이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 2차 개각과 관련된 정쟁은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민생법안 논의에도 부담을 줄 전망이다. 18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19일(최 부총리 후보자·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20일(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21일(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까지 인사청문회가 이어진다.
야당은 이미 폭행·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강도형 후보자와 부처 유관 경력이 없는 오 후보자, 강정애 후보자에 대해 낙마를 벼르고 있다. 예산 협상 당사자인 원내대표들이 인사청문회 문제를 두고 공개적인 설전을 펼치면 비공개로 진행되는 예산 협상도 난항을 빚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차 개각 발표 직후에 “사적 문제를 포함해 논문표절, 위장전입, 전문성 등 말이 안 되는 인사들이 6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로 등장했다”며 청문회를 통한 낙마를 예고한 바 있다.
예산안이 20일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한다면 준예산 전 ‘마지막 시한’은 오는 28일 본회의다. 문제는 28일 본회의에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법도 자동 부의된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법안 강행 처리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면 재투표를 위해 여권 내 소수파를 포섭한다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공천 컷오프 일정을 재투표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쌍특검’이 연말 국회는 물론 내년 총선의 변수로 떠오르면서 예산안 처리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전범진/설지연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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