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내년 낸드 시장 규모는 536억달러(약 69조7800억원)로, 올해보다 30.7%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낸드 시장은 전년에 비해 30.9% 감소한 410억달러로 추산된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낸드 시장은 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D램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다. D램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 구도’가 오래전부터 굳어졌다. 반면 낸드는 3강 외에 일본 키오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등 ‘5강 구도’를 형성 중이다. 그만큼 낸드 시장을 덮친 불황의 칼바람은 D램 시장보다 매서웠다.
낸드 시장의 부활은 온디바이스 AI 제품의 등장과 맞물린다. 다음달 공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S24 시리즈 등을 비롯해 온디바이스 AI 제품이 내년에 쏟아질 전망이다.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한 PC·스마트폰은 인터넷 없이도 스스로 AI 연산·추론을 할 수 있다. 이 같은 연산·추론을 뒷받침하려면 기기 내부에 상당한 데이터를 축적·보관해 둬야 한다. 그만큼 넉넉한 데이터를 보관하는 낸드는 온디바이스 AI의 필수품으로 꼽힌다.
수요가 불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낸드 가격도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1월 메모리카드·USB용 낸드 범용제품(128Gb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5.41% 올랐다. 전달 1.59% 오른 데 이어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낸드 가격은 2021년 7월 이후 내림세나 보합 움직임을 보였지만 올해 10월 반등에 성공했다.
내년 가격 인상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웨스턴디지털은 내년 낸드 가격을 최대 55% 올릴 계획이다. 다른 기업들도 이 같은 인상 움직임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4분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스마트폰 업체에 공급하는 낸드 가격을 연이어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 시장의 회복세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도 큰 폭으로 반등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SK하이닉스는 낸드에서 올해 20조원 안팎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자회사인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은 올해 3분기 누적으로 3조67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낸드 사업은 내년 하반기께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10월 낸드 사업의 흑자전환 시점에 대해 “내년 6월쯤이 체크할 포인트”라고 말했다. 낸드 사업이 내년 6월 이후에나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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