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똑같은 수술을 했는데도 우리나라 환자들이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아파하는 것 같기는 하다. 미국 병원을 방문해 회진 의사를 따라 둘러볼 때 환자들이 농담도 하고 여유 있게 웃어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통증이 심한데도 억지로 참는다기보다 우리나라 환자들에 비해 느끼는 통증 강도가 약해서 그런 것 같다.
수술 후 회진하는 의사에게 통증을 호소한다는 것은 도움을 요청하는 강력한 신호다. 그런데 의사마다 신호에 대처하는 반응이 다를 수 있다. 어떤 의사는 친절하게 설명도 잘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니 곧 좋아질 것이라며 환자를 다독인다. 반면 설명을 잘 안 해주고, 짜증을 내거나 아주 드물게 화를 내며 언성을 높이는 의사도 있다.
환자라면 당연히 친절하고 설명 잘하는 의사를 선호하겠지만 만약 불친절하지만 실력이 뛰어난 의사가 있다면 어떤 의사를 선택해야 할까? 필자 개인적으로는 실력 좋은 의사를 먼저 찾는다. 실력 있고 친절하기까지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제일 먼저 고려하는 요소는 실력이다.
의사라면 당연히 환자에게 친절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의사로서 왜 국내에서는 실력과 친절함을 겸비한 의사가 되기 힘든지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대부분 환자가 실력 있는 의사를 찾다 보니, 실력 있는 의사는 늘 환자가 많다. 진료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그 많은 환자에게 일일이 세세하게 설명하고 친절하게 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의료보험제도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현재 의료보험제도는 의사가 가능한 한 많은 환자를 봐야 수익이 나는 구조다. 미국이나 아랍에미리트는 우리나라와 달리 환자를 많이 보지 않아도 수익이 나는 구조이다 보니 한 환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길다.
의사가 친절하지 못한 이유를 모두 의료보험제도에 돌리려는 것은 아니다. 의사라면 누구나 환자가 만족할 만큼 충분히 설명해주고 싶고, 친절하고 세심하게 환자를 살피고 싶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의료보험제도 구조 때문에 의사들이 마음과는 달리 환자에게 설명도 제대로 못 하고, 친절하기 어려운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런 어려움이 의사의 궁색한 변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도 동의한다. 몸이 아파 진료를 받을 때 의사가 설명을 잘 안 해주면 필자 또한 섭섭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현실적인 여건이 어찌 됐든 환자에게 더 친절하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고, 내 환자들에게 더 설명을 잘하고, 친절한 의사가 돼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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