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부장도, 팀장도 회식을 별로 즐겨하지 않는다. 조직 관리를 그렇게 배웠을 뿐이다. 대한민국에서 밥을 사주는 문화는 호의를 베푸는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방법일 것이다. 상사 입장에서 아랫사람에게 일을 시키긴 했는데 그 일이 좀 힘든 일일 경우, 약간의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인사와 같은 것이다.
기사 중 회식 선호도에 대한 질문에 ‘좋지도 싫지도 않다’고 답한 인원이 44%로 가장 많았고, ‘회식이 좋다’고 답변한 비율도 27%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Z세대라고 ‘회식은 무조건 싫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회식이 싫은 것이 아니라 ‘어떤’ 회식이 싫은 것이다. 핵심은 디테일한 상황에 있을 것이다.
디테일한 상황은 밥을 사게 된 계기나 이유다. 예를 들어, 팀원이 해야 할 업무에 포함돼 있지만 일의 난도가 높거나,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일을 지시할 때 팀장이 미안한 마음에 밥을 살 수 있다. 또는 일이 완료된 다음 성과가 높게 나와 칭찬의 마음으로 밥을 살 수 있다. 이때 팀원 역시 원래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상황에 대한 팀장의 관심과 격려로 기쁜 마음으로 먹게 된다.
반면 다른 팀원이 해야 할 일을 억지로 떠넘겨 받는 상황이라고 하자. 위에서 시키니 하긴 하겠지만, 이미 불만으로 가득 차게 된다. 정당하지 않은 일을 시켜놓고 ‘밥 사주는 것으로 퉁 치는’ 것은 아랫사람들이 누구보다 잘 느낀다.
두 번째로, 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이미 라포(rapport·두 사람 사이의 상호 신뢰 관계)가 형성된 사이라면 서로 불편하지 않으니 언제든 편하게 밥도 먹고 가끔 술도 마실 수 있는 것이다. 힘든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관계가 좋은 팀장에게는 ‘팀장님, 오늘 힘들었는데, 저희 저녁 먹고 가요’라고 뒤풀이를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함께 있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한 팀장님과의 뒤풀이는 즐거울 수 없다.
팀원과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돈도 좋지만 시간을 쓰는 리더가 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결국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소주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불편한 잔소리보다는 일과 회사 이야기를 공유하며 업무적 동지가 돼가는 시간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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