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세금 폭탄을 맞은 집주인들은 비용을 전·월세 세입자에게 전가해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양도소득세 폭탄에 매물이 잠기면서 집값은 폭등했다.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주택법 개정안, 전세대란을 야기한 임대차3법도 그즈음 통과됐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정권 교체로 이어졌지만 국회의원들의 반시장적 시각은 여전하다. 허종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거주 의무 폐지를 논의하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에서 “돈 없으면 분양을 안 받으면 되는데 받아가지고…”라고 했다.
경제통이 드문 21대 국회에서는 이같이 시장 작동 원리를 무시하거나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부정하는 주장이 4년 내내 쏟아졌다. 이는 구조 개혁과 규제 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입법을 가로막았고, 반대로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법안을 양산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제도화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선 민간 플랫폼이 원격진료와 의약품 온라인 판매를 주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시범 사업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민간 기업을 적대시하는 국회의원들의 시각 때문이다.
지난 8월 24일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에서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비대면진료에 플랫폼이 왜 필요하냐. (플랫폼 없이) 의료기관끼리 하면 된다”고 했다. 닥터나우, 굿닥 등 플랫폼 업체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같은 당 김원이·서영석 의원은 보건복지부 관계자에게 “공공 플랫폼을 준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에 찬성한 의원은 대부분 21대에도 살아남아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고, 반대한 의원들은 불출마하거나 공천을 받지 못해 국회를 떠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과거 5년을 기준으로 삼은 건 상당한 이슈가 있다”고 하자 김 의원은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3년? 10년?”이라고 했다. 아무 근거 없는 자의적 기준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최인 서강대 명예교수는 “완전한 자유시장이란 게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며, ‘과도한 이익’의 판단 기준은 무엇이냐”고 했다.
핵심 소재·원자재 내역 등 기업의 내밀한 정보를 다루는 정부 산하 위원회에 노동계 인사와 경쟁사 관계자들을 포함하자는 주장으로 기업 경영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주장이었다는 평가다. 공급망 기본법은 지난해 10월 발의됐지만 1년 넘게 지난 이달 7일에야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설지연/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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